내 친구 J

차거운꽃샘바람이한창이던사월어느날,

점심시간에소파에서신문을보고있던중생소한목소리의주인공으로부터전화한통을받았다.

"여보세요,현수야,나J다"

"누고?"

"나J라니까,모르겄나"

"J…??"

그리고몇마디를더주고받은후에까마득히잊고있었던그친구J임을알아챈후미안한마음을

추스리고나서뒤늦게반갑다는인사를나누게되었다.

이친구를마지막으로만난것은30여년전군전역직후부산에살고있는그친구를찾아가서만난것이

었는데,이름하여꼬치친구였지만그이후로는만남이거의없었는데,어떻게전화번호를알게되어

연락했다고한다.

고향친구라면명절이나그외연례행사에서쉽게만날수있었을것인데30년이넘도록만나지를못했는지

이야기를해야할것같다.

J를알게된때는어린시절개구쟁이시절이었는데,지연관계가아닌같은마을의바로앞집에양자로

오면서부터알게된것이사정이조금다른경우라고이해하면될것같다.

어릴때는같이어울려놀고학교도같이다니고했지만당시국민학교3학년쯤에서그는학교를

그만두었다.스스로그만둔것이아니라이름이양자였지사실은머슴(일꾼)격으로데려와서조금커니까

일을시키기위해서양부모가학교를그만두게한것으로뒤에알게되었다.

그친구가입적한집안은학자(남명학파)집안이며농사도꽤많은부잣집이었는데친자가있었지만서울의

대학으로유학을가버린뒤라일손이부족하여J를입양한듯했다.

어린친구들마음에학교마저관두게하니골려줘야한다면서밤이면그집대문을수없이발길질하다가

안에서누가나오면재빠르게도망가서숨기도하면서그친구를위로했던적도있었다.ㅎㅎ,

그친구나동네친구들모두가마음아파하며서로를다독였던어린시절기억이되살아났지만수십년전의

그기억들은술자리의슬픈안주거리밖에되질못했다.

그친구는이후성년이되어서는고향을떠나부산에서살고있다는것을인편으로전해듣고있는처지였다

양부모도세상을뜨고농사일도없어지니객지에발을내디딘것으로보였는데그래도호적에오른양자이니

가족들이좀도와준것이라여겨지지만이제와서물어볼수도없는처지가되었다.

이친구는현재운수업에종사한다고한다.물론결혼하여남매를두고있고..

그친구가전화를걸어와서하는말은고향에서일년에한번이라도모임을갖자는것이었다.

다른친구들은명절이다,동창회다,친목회다하면서가끔씩볼수있었지만이친구는그럴기회가없었기에

그심정이안타까울뿐이라,흔쾌히응하며오월에한번만나기로약속을하게되었다.

때마침초등학교총동문회가오월둘째일요일이라전날토요일에고향마을에서만나기로약속하여친구들에게

통지를한후,5.8일어버이날고향을향했는데안타깝게도달리는차안에서그시절친구중의한사람인

사촌동생이(나보다두살적음)폐암으로사망했다는소식을받게되었다.

30여년만의해후가조문해후로바뀌는순간이라마음이착잡했지만어쩔수없는운명이라생각할수밖에..,

이른저녁때쯤마을에도착하니그친구는마을입구에서동네사람과몇몇이어울려서맥주를마시다가

나를발견하고는달려와얼싸안으며반가워하고그간의안부를나누다가창원P병원장례식장으로

장소를옮겨조문을마친뒤그곳에서오랜해후를맛보았다.

좀긴시간을보내다가다음을기약하며헤어졌다.그친구는부산으로나는다시고향으로..

이번총동문회는색다른기회를누릴수있었는데동문의한사람인사촌동생의사망으로가족들과그동창들은

무거운분위기에젖을수밖에없었다.

먼저간사촌동생의영면을기원하며,친구J의행복한일상을기원한다.

자주찾던고향의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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