首席 무용수로 1년… 최고 대우와 고통을 맛봤다
입력:2013.07.1503:00/수정:2013.07.1509:50

[‘오네긴’공연차한국온아메리칸발레시어터발레리나서희]

ABT수석자리에선지1년…통보받는순간얼떨떨했는데군무중앙에서니가슴’뭉클’
의상·음악…최고대우받지만최고공연에대한부담감도커
"세상에공짜없다"절감했죠

지난해7월6일발레리나서희(27)가생애최고의순간을맞던순간,기자는우연히뉴욕에서그현장에있었다.세계최정상발레단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솔로이스트였던그는이날예술감독케빈매킨지로부터"수석무용수로승급됐다"는통보를받았다.수석무용수,그것도ABT의수석무용수는세계발레의꽃이다.그로부터1년,그의삶은어떻게달라졌을까.유니버설발레단의’오네긴’출연을위해잠시고국을찾은그를지난9일숙소인한호텔에서만났다.

◇"세상에공짜는없다"

"세상에공짜는없다는걸절감한1년이었어요.수석이되기전에는출근길에오늘뭘할지,퇴근길에는내일뭘해야나아질지를고민했어요.이젠24시간생각해요.수석의자리는책임이따르니까요."1년간홍콩,베이징,워싱턴,LA등뉴욕에언제있었나싶게바쁜공연일정을소화했다.

발레리나서희는무대에서나일상에서나변함없이차분해보인다.정작본인은“속에서는말도못하게끓어오른다”고했다./김연정객원기자

지난7일과8일그는사랑하는남자의마음을거부할수밖에없는’오네긴’의여주인공타티아나로무대에섰다.3막에서는오네긴을떠나보내는슬픔이가녀린어깨선을타고뚝뚝흘러내렸다.’잔인할정도로아름답고깊이있는타티아나’라는뉴욕타임스의평이절대과하지않음을보여준2시간이었다.

1년전수석통보를받던순간,서희는놀라울정도로차분했다."얼떨떨하고,실감이안난다"면서.그래서"언제실감을하게됐느냐"고물었더니"군무진(코르드발레,corpsdeballet)이만들어놓은긴줄사이로나올때"라고답했다."대부분의발레에서여주인공은군무진이늘어선줄사이로시선을한껏받으며등장해요.저도한때는그줄을만드는무용수였는데….군무진이만든줄사이로나가는여주인공을옆눈으로보기만하다,이제내가나가는사람이됐구나생각하니가슴이뭉클했어요."

발레‘오네긴’타티아나로열연하는모습.

‘뭉클했다’는말을하는서희의눈가에눈물이고였다."하루아침에월반한게아니라군무에서부터찬찬히올라온것에감사해요.이자리를얼마나간절히원했던가떠올리면어떠한고통에도감사해야한다는사실을깨닫게되는거죠.완벽하지않다는건좋은것같아요.부족하니까노력했던거고,그래서감사한것도알게되고요."

◇"완벽하지않아서감사해요"

ABT무용수들은해외공연때별5개이상의호텔에서만숙박하는등최상의대우를보장받는다.올해로21년차수석인최고참줄리켄트(44)부터막내인서희까지수석무용수는17명.수석이되면자신의계약조건을직접정해서발레단측과협상한다.출연작품부터일상적대우까지본인이결정할수있다.공연시에는화장·의상·헤어·음악등에수석(공연에서는주역)만을위한전담인력이배치된다."최고대우를해줄테니최고퍼포먼스를보여라,이게조건인거죠."

한번은스트레스가폭발할듯쌓여서선배무용수에게물었다."경력이쌓이면이고통이나아지나요?"돌아온답은간단명료했다."아니,나아지지않아.더하면더했지."고참수석과막내수석의차이는’자제력(control)’에서오는것같다고말했다."자제력,그게제일큰과제예요.다만시간이필요하겠죠.선배가20년걸려찾아낸걸제가1년만에찾아낼수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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