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교황이16일서울광화문광장에서열린‘윤지충바오로와동료순교자123위시복식’에
앞서오픈카를타고이동하며세월호참사유가족들에게손인사를하고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양승준기자·공동취재단]
“윤지충바오로와123위동료순교자들을앞으로복자라고부르고법으로정한장소와방식에따라해마다5월29일에그분들의축일을거행할수있도록허락한다.”
16일오전10시서울광화문광장.프란치스코교황이한국천주교순교자124위에대해시복을선언했다.시복은천주교안에서거룩한삶을살았거나순교해공경받는사람들을성인의바로전단계인복자로선포하는일이다.“와!”한국천주교의역사적인순간에신자들의환호성이곳곳에서터졌다.교황이순교자의땅에서미사를직접집전하는건매우이례적인일이다.그간시복식은교황청내시복·성을담당하는시성성장관추기경이바티칸에서주례하는것이관례였다.이번시복식은전세계교회가한국교회의역량,평신도들의순교자공경과기도를인정한결과라뜻깊다는게교황방한준비위원의설명이다.
순교자시복식이한국에서열린건이번이처음이다.한국천주교역사로는세번째다.일제강점기인1925년(79위)과제2차바티칸공의회직후인1968년(24위)에열린한국순교자를위한시복식은모두이탈리아로마에서열렸다.
이번에복자가된124위는조선인최초의순교자인윤지충바오로를비롯해남성중심사회에서여성리더십을발휘했던여성회장강완숙골룸바,정약용의형이자한글교리서‘주교요지’를집필한정약종아우구스티노,백정출신황일광시몬등이다.신분사회의사슬을끊고신앙안에서인간존엄과평등,이웃사랑의정신을실천한이들이다.
시복미사를집전한교황은스스로자리잡은한국천주교역사에의미를뒀다.교황은강론에서“하느님의신비로운섭리안에서,한국땅에닿게된그리스도교신앙은선교사들을통해전해지지않았다”며“한민족의마음과정신을통해이땅에그리스도교신앙이들어오게됐다”고했다.또“오늘은모든한국인에게큰기쁨의날”이라면서“순교자들이남긴유산,곧진리를찾는올곧은마음,그들이신봉하고자선택한종교의고귀한원칙들에대한충실성,그들이증언한애덕과모든이를향한연대성,이모든것이이제한국인들에게그풍요로운역사의한장이되었다“고의미를뒀다.순교자들의유산이”더욱정의롭고자유로우며화해를이루는사회를위해서로화합하여일하도록영감을불어넣을수있다“고도강조했다.더나아가“온세계에서평화를위해그리고진정한인간가치를수호하기위해이바지하게될것”이라며강조도했다.
이날시복미사는간소하게진행됐다.봉헌예식도전례에필요한것외에는다른봉헌은일절하지않았다.소박하고검소한생활을추구하는교황의뜻을반영해서다.성찬전례에는서울에서커피전문점을운영하면서20년동안매일첫매상을지구촌의가난한이웃을위해기부한강지형·김향신부부가빵과포도주를예물로바쳤다.시복식에쓰인십자가도크게만들지않았다.인근광화문과조화를위한조처다.제대주변에는복건을쓴아기예수와비녀를꽂은성모가한복을입고인자한미소를띠고있는‘한국사도의모후상’이놓이는등한국의문화적특성이반영됐다.오전10시에시작된미사는안명옥주교의시복청원과교황의시복선언,교황강론,평화예식,영성체예식등으로2시간여동안진행됐다.
교황은시복식전광화문퍼레이드로신자및시민과소통했다.이날현장에모인이들은신자17만명을포함해100만명이몰렸다는게경찰의추산이다.교황은카퍼레이드도중차에서내려단원고희생자김유민양의아버지인김영오(47)씨를만나손을잡고위로했다.수시로차를세워10여명의아이에입을맞추기도했다.이자리는교황과시민과만날수있는가장큰자리였다.이를통해시민은“위로의계기가됐다”고입을모았다.경기도광주에서온안진우(37)씨는”교황이보고싶어새벽에두딸과아내와함께왔다“며”교황의미소만봐도모든억울함이사라지는것같다.정부가교황의메시지에귀를기울였으면한다“고말했다.부산양산서온채정숙(60)씨는“낮은곳에임하는교황을본삼아우리도다시한번겸손하고낮아지는계기가됐으면좋겠다”고말했다.
염수정추기경은“이번시복식을통해한국교회가우리사회뿐아니라아시아와세계의복음화를위한빛과소금이되도록노력하겠다”며“순교자들의피가헛되지않도록우리가더복음화되어가난하고소외된이웃을위해더욱봉사하며그들과복음의기쁨을나누는교회가되겠다”고감사인사를전했다.
*아래사진들은방송화면을찍은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