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달에간세명의우주인
좁은창문에지구가비쳤다
청초하고연약한모습이었다
그리고사진은지구를바꿨다
우주를탐사하며지구를보았다
멀리갈수록푸른구슬작아지며
인간과동식물,공기와바다의
복잡한관계를이해하게되었고
하나의생명체로보였다
프랭크보먼“오마이갓~저아래좀봐.지구가떠오른다.와우,정말예쁜데.”
윌리엄앤더스“(농담으로)어,찍지마요.그건업무밖인데.”
보먼“(웃음)짐,컬러필름있어?”
앤더스“컬러필름한통만빨리줘요.”
짐러벌“오맨!정말멋지구나!”
앤더스“빨리,빨리줘요.”
달궤도를공전하던아폴로8호의창문밖으로푸른지구가슬쩍지나갔다.우리가어떤장면을본뒤습관적으로스마트폰을꺼내드는것처럼,30여년전의세우주인도너나할것없이허둥지둥카메라를찾았다.나중에비밀해제된미국항공우주국(NASA)의‘아폴로8호선상녹취록’에이들의대화가기록됐다.
1968년12월24일
아폴로8호는사흘전미국플로리다의케네디우주센터를이륙했다.달궤도에진입해분화구만가득한삭막한행성을공전하며구석구석을훑은최초의유인우주선이었다.프랭크보먼선장그리고사령선조종사인짐러벌그리고착륙선조종사인윌리엄앤더스가탔다.그들의임무는지구가아니라달표면을기록하는것이었다.
그런데달표면위로지구가떠올랐다.세명의우주인은넋을잃고창문에달라붙었다.우주선은자체회전하며항해하고있었기때문에지구는세개의창문으로나타났다금세사라졌다.언뜻비친지구는울퉁불퉁하고황막한달의대지위로영롱한모습을드러내고있었다.1960년대미국의록그룹‘벨벳언더그라운드’가‘페일블루아이스’에서계속해서음울하게읊조리던그빛깔이다.“당신의창백한푸른눈동자가아른거립니다.”(Lingeron,yourpaleblueeyes)
창백하고푸르렀다.‘페일블루’의구체가세사람의눈에서아른거렸다.푸른바다와하얀구름의소용돌이가암흑속에서빛났다.이내어둠에잡아먹힐것처럼나약하고청초한지구의사진을세사람이찍어댔다.컬러필름을손에쥔이는당시서른다섯살의막내조종사앤더스였다.그는지난18일미국경제지<포브스>인터넷판에게재된인터뷰에서이렇게말했다.
“내가있던측면창문이가장깨끗했고,나머지창문들은기름때가꼈어요.내사진실력이란게달에초점을맞추고조리개를하나씩바꾸며찍는게전부였죠…원래우리임무는지구를촬영하는게아니었어요.달의분화구를찍으면서앞으로우주선착륙이가능한곳을찾아보고있었습니다.우리는임무외허가되지않은일을한거죠.”
지금도미국항공우주국사진데이터베이스에가면누구나찾아볼수있는이미지#14-2383이있다.‘어스라이즈’(Earthrise)혹은‘지구돋이’로불리는사진이태어난건우연이었다.이사진은세상을바꿨다.
역시우연의일치지만이사진이찍힌건1968년12월24일이었다.어떤의미에서상서로운날이었다.1970년대평화와연대의노래를지구에몰아치게한68혁명의원점인1968년,그리고12월24일크리스마스이브였기때문이다.원래아폴로8호의우주인들이지구에보여주기로한건따로있었다.지구와텔레비전생중계로연결해창세기를낭독하는임무였다.예정대로보먼,러벌,앤더스는달궤도를도는아폴로8호에서창세기1장1~10절을나누어읽었다.태초에하나님이천지를창조하시니라.하나님이창조한지구를밖에서본이들의목소리는장엄하게지구에방송됐다.1968년12월24일이후지구에서는새로운일들이벌어졌다.
기사: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