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한자태를드러낸천왕봉으로치닫는산줄기들이마을을겹겹이에워싸고맑은덕천강물이마을을가로지르는덕산.이른아침이면지리산정에서뻗어내려온고고한기운이차갑게내려앉는다.옛이름이덕산인산청군시천면사리에이르면‘지리산만큼이나무거워크게두드리지않으면소리가없던’고고한선비,남명조식( 내가뜬금없이남명조식선생이야기를하는것은어릴적기억때문인데, 앞집주인장이남명선생의제자(남명학파)여서이다. 이집에서는사시사철글읽는소리가들려오는데,이집에놀러가면그선비가아이들을불러앉혀놓고 한문을가르친다.이름하여서당처럼훈장노릇을하는셈인데취학전이라한글도모르는데복잡한한문 이라니손사래를쳤지만,선비영감은이름은한자로쓸줄알아야한다면서어거지로학습을강행했었다. 그시절한문을엉성하게배운탓으로일찌기천자문을떼기는했어도요즘은신문도한자를쓰지않아서 한자는멀어지지만한글화되어서간접적으로쓰는형편이다. 이집에는방학때가되면부산에사는외손녀가놀러오는데,초딩때여서만나면소꿉놀이등을하면서노는데 이름을물어보니’미남’이라고했다.그래서대뜸’야,가시나이름이미남이가뭐꼬?’라고물으니 할배가지어준이름이라고했는데,뒤에알고보니딸부자집이라이름을그렇게지었다고했다. 그소녀는이름때문에놀림을많이받아서울기도했지만방학때오면뒷집에사는나를찾아서 함께자주놀았는데,지금쯤은할매가되었을텐데어디서살고있는지는모른다. 그뒤이집에는아들하나가있었는데서울로유학보내고남자가없자양자를한명들이게되었는데, 나랑나이가비슷해서잘지내게되었으나초등학교3학년쯤에학교를그만두게하고집에서일만시키는걸 알고서는밤마다또래들이몰려가서그집대문을발로쾅쾅차면글읽던선비영감(당시6-70대였음)이노해서 아이들잡으려고흰수염휘날리며뛰쳐나오면잽싸게도망가면서00이를다시학교에안보내주면매일밤 대문을찰것이라고소리지르면서도망가기도했었다. 며칠간밤마다땡깡을부렸지만그친구의복학이무산되자그친구가대문을차지말라고해서관둔일이있었다. 그뒤모두가객지로흩어지면서소식이뜸했는데그친구가부산에산다면서연락이온적이있어서 가끔씩만나면서그시절이야기로웃기도한다.이친구는초등중퇴이지만독학을했는지컴퓨터도다룰줄 알아서초딩동창홈피에들어와서가끔씩글을남기기도하는정도가되었으며수년전에기타를선물하기도 했다.이친구가어느명절때고향에찾아와서빈집으로남겨져있는(선비영감등이타계하자가족들은도회지로 이사가고집을그대로비워둠)서재에들어가보니남명선생문집이있길래기념으로한권가지고와서지금도 가지고있다.오랜세월뒤고향에가보니그집은팔려서새주인이양옥으로신축해서살고있어서그시절 기억들은멀어져가고있다..
지금은사라진그시절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