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올림픽 게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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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잠 못 잤지만 ‘굿모닝’이다.
자다 말고 일어나 졸려운 시선으로 축구를 보면서도 나는 불안했다.
처음부터 순조로운 게임이 아니었다.
공은 우리 진영 골대 앞에서 멕시코의 슛팅 공을 걷어내는데 바빠
어떻게 골을 먹지 않느냐로 전반전이 다 지나갔다.
전반전 공 점유율을 봐도 알겠지만 멕시코 61 : 한국 39였으니
공은 한국진영에서만 놀고 있었다.
멕시코의 짧은 패스는 거의 전부가 성공으로 공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어쩌다 한국 팀으로 공이 넘어오면 금방 끊기고 말았다.
하지만 후반 16분 멕시코 선수 16번 쿠티에레스의 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알았다.
골대 맞히는 팀은 진다는 징크스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적중했다.

16번 권창훈 선수의 날카로운 왼발 슛이 멕시코 골망을 흔들면서
분위기는 역전됐다.
어느 연극이 이보다 더 극적이며 기가 막힌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겠는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길 수 있다는 주술을 걸어가면서 저돌적으로
기적을 이뤄내는 장면, 장면마다 천금을 주고도 보지 못할 감명 깊은
순간들이었다.
멕시코를 이겨내는 경기는 참으로 통쾌했다.

이렇게 살아있는 인간 드라마가 어디에 있던가?
누가 감히 그려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스포츠 경기 시청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내 친구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본인이 직접 뛰는 것은 즐기면서도 중계방송 보는 것은 싫어한다.
여자들이 스포츠를 싫어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연속극을 더 좋아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남자가 스포츠 시합을 그것도 다른 나라와의 경기를 보는 것
조차 싫어한다면 이해가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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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 사격에서 진종오가 보여준 투혼이 바로 그랬다.
월남 선수가 금이었고 진종오 선수와 북한의 김송근이 동점이어서 누가
은메달을 차지할 것이냐 하는 싸움처럼 보였으나
마지막 두 발로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 금을 차지하는 한국 선수 진종권은
참으로 장해 보였다.
사격에서 올림픽 3연패 김종오 선수의 믿기지 않는 역전 드라마에
감동하지 않을 한국사람 누가 있겠는가.
이런 역전 드라마가 펼쳐지다니 잠 못 잔 것 보상받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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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늘 올림픽 1위였고 메달을 많이 따다보니 웬만해서는 뉴스의
주인공이 되기 어렵다.
어쩌다 펄프스처럼 메달을 21개 정도 따내야 뉴스에 오르내린다.
선수가 주목받기 어려운 환경이다.
미국에서는 게임을 보면서 잘했다, 못했다, 멋진 공격이다, 멋진 방어다,
하는 식으로 경기를 보아왔지만, 한국에서의 올림픽 게임은 내 편이
있으니까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과 안타까움이 겹친다.
한국에서는 다 끝난 것 같지만 끝이, 끝이 아니고 마지막이, 마지막이 아니다.
죽기 살기로 최후의 땀 한 방울까지 다 흘렸느냐를 평가한다.
어린이들이 보고 배워라 하고 외친다. 한국인들은 모두 선수다.
세계무대 어디에서나 한국인들은 성공적인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낸다.
어떻게 해서 그러는지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각오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은 정말 다 선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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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핸드볼 역시 손에 땀을 쥐는 드라마였다.
네델란드와의 게임에서 박진감 넘치는 막상막하 시소게임을 치르다가
32대 32에서 마지막 순간을 남겨놓고 주심은 네델란드 팀에게
7m 프리드로를 선언했다.
이제 운명은 골키퍼 오영란(44)에게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프리드로를 막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을 막아내리라고 누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나.
그러나 모두 바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막아내고 말았다.
이 기가 막힌 극적인 장면을 어찌 감동 없이 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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