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줍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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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보았는데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이 도토리를 줍고 있다.
토요일 한낮 운동 길에 만난 사람들이다.
일산 호수공원 채 못 미쳐서 여기도 공원의 일부인데 많은 사람이 도토리를
줍고 있다.
어제 비가 좀 뿌려서 그랬는지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 모양이다.
어림잡아 20여 명은 되지 싶다.
어떤 아주머니는 자루로 가득 담아놓고 다음 자루를 채우려 든다.
너나없이 비닐 봉투가 아니면 자루를 들고 다닌다.
지팡이처럼 긴 작대기로 이리저리 낙엽을 뒤지면서 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다. 내가 몰라서 물어본 것은 아니다.
말리지는 못하고 안타까워서 그저 물어봄으로써 마음을 달래보려고 물었던 것이다.
상수리와 도토리를 줍는다고 한다. 상수리는 조금 큰 것이고 작은 것은 도토리라고
보여주기까지 한다.
뭐 하러 줍느냐고 물었다. 묵도 쒀먹고 당뇨에 좋다고 해서 당뇨 있는 사람들
나눠주기도 한단다. 비닐봉지에 담은 양으로 봐서 묵 쑤기에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
한참을 걸었다. 도토리 줍는 아주머니들이 도토리보다 많은 것 같다.
머리 하얀 할머니가 위험한 비탈까지 내려가면서 줍고 있다.
“할머니 무엇을 줍고 있어요?”
“도토리 주서요.”
“뭐 하실려구요?”“그냥 주워요.”
“묵 쑤시게요?”
“난 묵 쑬 줄 몰라요.”
그냥 줍는다는 말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여기서 도토리 줍는 아주머니들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거저니까. 갖다가 버리는 한이 있어도 일단 거저니까 줍고 보자는 것이다.
먹을 게 없어서 줍는 것도 아니고, 돈이 돼서 줍는 것도 아니다. 단 한 가지 ‘거저니까.‘

일산 호수공원이 생긴 지 수십 년이 지났다. 지금쯤이면 완숙한 공원이 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다람쥐 한 마리 본 적이 없다. 토끼도 없고 심지어 청설모도 없다.
먹잇감이 없는데 동물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만일 사람들이 도토리를 그냥 놔뒀더라면 지금쯤 다람쥐 천국일 것이다.
다람쥐가 많으면 하늘에는 솔개가 날아다닐 것이고 밤에는 올빼미가 활개 칠 것이다.
이게 먹이사슬의 순리다. 너구리도 돌아올 것이다.
공원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유하는 장소여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학습 체험장이
될 것이고 어른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날리는 친환경 공원이 될 것이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케케묵은 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얼마 전에 중국을 관광하고 다녀와서 쓴 블로그를 읽으면서 배꼽을 잡고
웃은 일이 있다.
‘지독한 엉터리 안내문’이란 제하의 글에서 안내문 표지만을 사진으로
올렸는데 <入口, Entrance, 출구> 한글로 입구라고 적어야 할 것을 출구라고
적어놨으니 이런 엉터리 안내문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것만이 아니다. 스커트 입은 여자를 그려놓고 남자 화장실이라고 써 놓지를
않았나,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엉터리였다.
중국인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일본인 관광객들이나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 와서 잘못 표기된
안내문 때문에 당황한다는 KBS TV 뉴스를 보고 내가 중국인들을 비하했다는 것이
잘못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중국인의 후진성을 보고 웃을 게 아니라 우리 역시 시민의식이 매우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비록 공원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일망정 그 도토리는 내 것이 아니다.
세상에 임자 없는 물건이 어디 있겠는가.
산이나 바다, 공원은 임자 없는 거로 착각하기 쉬운데 실은 이게 다 공공 자산이다.
국가 것은 아무나 가져도 되는 것이 아님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공원에서 나무 꺽지 마시오, 도토리 집어가지 마시오, 이런 세세한 것들을 다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민주시민이라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공원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이 작년보다 금년에 더 많아졌다는 것을 보고
실망스러워서 해 보는 말이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와서 줍는 거로 봐서
다음 세대에도 도토리 줍기는 계속될 모양이다.
사람에게는 도토리가 그까짓 것에 불과하지만, 그까짓 짓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 질서를 깨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거대한 숲도 도토리 한 알로부터”란 글귀가 생각나서 써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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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이연순

    2022년 9월 12일 at 1:24 오후

    수원효원공원에도 상수리 나무가있다 청살모도 있고 딱댜리서부터 10여종류에 새도산다 요사이 연세드신분들께서 상수리를 주워가길래 주워가시면 안된다고 여기에 있는 아이들이먹어야 된다고 하는데도 사람이 먼저지 짐승이 먼져나고 하면서 몇일째 주워가시는 모습을보고 안타까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면서 청살모의 귀여운모습을 보고 웃음지을때가 있는데 방법이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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