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남에게 맡기는 ‘햄릿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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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뭐 먹을까요. 어떤 모양 볼펜 살까요?”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망설여지거나 아예 포기하는 이른바 ‘선택결정 장애’가
한인 청소년 사이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결정장애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지 발달장애와 같은 특정장애는 아니다.

이들은 아주 기본적인 결정도 혼자 내리지 못하고 자기 결정권을 타인한테
의지해 내리거나 아예 내리지 못한다.
선택을 하지 못하고 결정을 남에게 맡기는 희곡 속 주인공 햄릿을 따
‘햄릿증후군’으로도 불린다.

특히 한인학부모들의 대다수는 하나에서 열까지 자녀를 일일이 챙기면서
“내가 하라는 식으로 따르라”라는 경우가 상당해 ‘결정장애’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고등학교 10학년에 재학 중인 아이가 혼자서 어떤 일을 결정하기
어려워한다.

아이의 침대에는 엄마가 미리 준비해 놓은 옷가지와 학교에서 돌아오면 먹을
간식이 식탁위에 놓여 있고, 그 주에 해야 할 스케줄이 적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 부모의 영향으로 혼자서는 햄버거 가게에서 “뭘 먹을지”
주문조차 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또 다른 예로 “생일 선물로 3가지를 받고 싶은데 이중에 어떤 걸 살까” 등
자신이 2-4개를 고르고 그 이상의 결정은 타인의 의견이 지배하는 식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누구에게나 결정을 내릴 때 작은 망설임은 있기 마련이지만
선택결정 장애의 경우에는 정답이 없는 사소한 결정도 내리기 힘들어 한다”면서
“의사 결정 전, 만약 틀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주 칼럼을 통해 IT 등 문명의 발달로 선택의 기회가 늘어나고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결정장애를 앓는 일반인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칼럼니스트 칼 리처드는 결정이 어려울 때 ‘이건 가치 있는 것인가’란 질문을
던져 보라고 조언하면서 이 질문에 답하려면 효용성과 즐거움, 비용을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서는 ‘쇼핑결정 장애’를 해결해주는 온라인 데이터 커머스 사업도
출시되는 등 관련 사업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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