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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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친구와 점심을 같이 하자는 약속을 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그 날이 다가온 것이다.
나는 차를 달려 약속 장소로 향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 책 한 권을 들고 나갔다.
책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에 전화 통화를 하면서 책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친구의 집 근처에 오클랜드 차이나타운이 있고 그 컴뮤니티 안에 시에서 운영하는
‘동양인 도서관’이 있다.
나는 가보지는 않았어도 그런 도서관이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동양인 도서관’에는 한국 섹션이 따로 있는데 그곳의 책을 다 빌려다 봤다고 한다.
책이야기를 하다가 ‘무진기행’을 읽어 보았느냐고 물었다. 아직 못 읽었단다.
아니 ‘무진기행’이 출간 된지 5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읽지 않았다니, 내 딴에는
꼭 읽어보게 해 주고 싶었다.
한국문학평론가 53인이 뽑은 한국 최고의 단편으로 ‘무진기행’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에게 책을 주려고 집에 있던 ‘무진기행’을 들고 갔다.

점심으로는 간단하게 물만두를 먹었다.
나는 아침을 가장 크게 먹기 때문에 점심에는 그다지 생각이 없다.
그러나 친구는 아침을 안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점심을 든든히 먹어야 할 텐데 그만
나 때문에 설치는 것 아닌가 했다.
점심식사 내내 자연스럽게 책이야기가 주제였다.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이다. 그 때도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바로 이 식당에서 했다.
친구는 작가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고 감명을 받았다면서
내게 권했던 것이다.
그 후 세월이 지나면서 김진명씨가 이소휘 박사 가족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픽션에 대한 소송은 법원으로부터 기각 당했다.
이소휘 박사의 친구 되시는 정윤이라고 하는 분이 이곳에 살고 계셔서 책의 내용과
박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는 지금까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사실인 것처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는 지난 세월동안 김진명씨가 쓴 책 20여권을 다 읽었다고 했다.
사실 나는 소송이 기각 됐다는데 까지만 알고 있었지 그 후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고
지냈다.
그러다가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으로 계시는 김종회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그제서야 내용을 알게 되었다.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3백5십만 부나 팔리는 대 힛트를 쳤다고 했다.
그러나 평론가 어느 누구도 그 책에 대해서 한 줄의 비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대중소설이기 때문이었다.
김진명씨는 그 후에도 20여권의 책을 출간했고, 최근에는 ‘고구려’ 라는 책을 출판했다.
‘고구려’는 십여 권의 시리즈로 되어 있는데 지금도 출간 중이다.
17년간의 자료를 수집해서 쓴 책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책을 읽고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한국일보에 ‘고구려’에 대한 칼럼을 실었다고 했다.
더러는 들리는 소리도 있었지만 책을 읽어 보라고 했단다.>

‘고구려’는 역사소설이지 대중소설이 아니지 않은가.
구태여 문학소설이 아니라든가 대중소설 작가가 썼다고 해서 역사소설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것 역시 오래전에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이다.
한국시인협회에서 한국시인명록을 작성하는데 ‘이해인 수녀’를 명단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어떤지를 놓고 고민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을 명록을 다 만들고 맨 마지막에 넣었다는 칼럼을 읽고 한국문단의 경직성을
새삼 느꼈던 일이 생각난다.
작가 김진명씨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평가 받게 될지 주목해 볼 일이다.

1 Comment

  1. 벤자민

    2016년 12월 30일 at 1:42 오후

    네 저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한국의 핵개발을 돕다가 피살 되었는 설도 있었지요
    그후 그분의 중국인 부인이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다만 위에 언급하신 관련 벤자민 박사의
    한국명은 이소휘씨가 아니고 이휘소씨 입니다
    제가 이분을 상당히 좋아해서
    제 영문 이름을 벤자민으로 부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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