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지금 해방 직후의 풍경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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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 현대사옥 앞길이다. 현수막이 눈이 띈다.
현수막을 말아놓고 있는 뭉치가 시위대를 위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일하는 중간에 끼어들어 물어봤다.
탄핵반대 시위를 끝내고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눈치를 살핀다.
내가 어느 편에 속해 있는지 알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하겠다는 낌새다.
슬 적 안심시켜 주었다. 그제야 마음 놓고 대해준다.
“대통령 봉급 주지 말자”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투표권을 주겠다, 이게 말이 됩니까?”
어린 아이들이 뭘 알겠느냐는 투다. 진보 세력은 좌파라고 말한다.
그렇다 아이들이 뭘 알겠나.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했는데, 팔순 노인들은 투표권을 박탈해야 하지 않을까?
진보 세력이 노인 투표권 몰수하겠다는 소리 안 하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단체 시위는 매주 토요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작해서 안국동 헌법재판소
가는 길에서 막을 내린다고 했다.

겨울 해는 금세 진다. 집으로 가기위해 전철을 탔다.
주말인데도 사람들이 빼곡하다. 어린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무엇인가 담겨있는 투명 비닐봉지를 하나씩 들고 있다.
“박근혜 퇴진”이란 붉은 글씨로 쓰여진 소형 팻말카드가 봉지 속에서도
또렷이 투영되어 보인다.
어디에 다녀오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정의는 박근혜 감옥에 넣는 것이라는 의지가 굳건해 보였다.

서울은 지금 해방 직후의 풍경을 재현하고 있다.
좌익 우익이 갈려서 서로 자기들의 정권을 세우겠다고 날뛰던 모습 그대로이다.
구심점을 잃은 나라는 주인 없는 망아지처럼 날뛴다.
이통에 망아지나 잡아 보겠다고 일본과 중국은 신이 났다.
중국은 사드배치 철회하라고 이중 삼중으로 압박을 가하고,
일본은 부산 소녀상 철거하라고 대사까지 소환했다.
중국이나 일본이나 내 휘두르는 칼은 ‘경제 제재 카드’ 일변도다.
정부 없는 국가는 손을 놓고 보고만 있다.
주도권을 잡은 야당 의원들이 외교랍시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를 만나 대국이 나무라는 소리만 잔뜩 듣고 돌아와서
외교성과를 늘어놓았다.
이번에는 혹시 일본을 방문해서 꾸지람을 듣고 오겠다고 헛소리나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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