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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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나면서 날씨가 포근하다.
한참 걷다가 더워서 웃통을 벗었다. 반소매 러닝셔츠 바람으로 걸어도 그저 시원할 뿐
춥다는 느낌은 없다. 열 시간 비행기 타고 온 다음 날의 샌프란시스코 지역 기후다.
호수의 물이 한껏 늘어나 있다. 내가 없는 한 달 사이에 비가 많이 왔다고 했다.
흙길은 질펀해서 포장된 길로만 걸었다. 호수의 물이 황토물로 변했고, 넘쳐나서 난리다.
낚시꾼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우드 갑판으로 들어가는 층계가 물에 잠겨있어서
낚시를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지난 5년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캘리포니아가 이번 겨울 들어 연이은 폭우와
폭설로 강수량이 예년 평균을 2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이제는 거꾸로 폭우와 홍수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현상의 첫 번째 이유로 주립기상대 기상학자 마이클 앤더슨은 작년부터 지속되던
유례없이 강한 엘니뇨가 그와 반대되는 라니냐의 현상을 눌러버리며 해수면으로부터
발생한 많은 비구름을 형성하면서 캘리포니아에 많은 비를 뿌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뭄이 완전히 해갈된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캘리포니아의 완전한 가뭄
해결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국립가뭄관측소는 캘리포니아의 가뭄 정도를 나타내는 지도에서 북가주가
가뭄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남가주 또한 가뭄이 상당량 해갈된 것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순히 기후 패턴이 바뀐 것으로 잠시나마 가뭄이 해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직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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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물 사태로 잠정 폐쇄 되었다.
수량이 많아서 폭포수가 넘쳐난다고 했다. 그 많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없다.
지난 5년간의 가뭄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자연은 순환일 뿐 가뭄이 가뭄으로 머물고, 홍수가 홍수로 계속해서 이어질 수는 없다.
어제의 가뭄이 오늘의 홍수이고 오늘의 홍수가 내일의 가뭄이다.
떠나간 새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고, 어느 하나 영원히 머무는 것은 없다.
천하를 소유했던 나라의 지존도 가버리고 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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