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포장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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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내 알라딘 헌책방 길 건너편에는 포장마차가 여럿 있다.
포장마차치고는 대형 사이즈이다. 인도교를 반쯤 차지하고 차도의 주차공간까지
점유하고 있다.
포장마차 안에는 둥근 테이블이 서너 개씩 있으니 원만한 식당보다 낮다.
투명 비닐로 감싸고 있어서 무엇을 먹는지도 다 보인다.
사람들이 우동이나 자장면을 먹는 것 같았다.
나는 지금까지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없다.
시내에 나가보면 해물을 차려놓고 있는 포장마차도 볼 수 있다.
먹음직스럽게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포장마차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수세시설이
없는데 설거지는 어떻게 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구시가지의 좁은 인도교를 포장마차가 반씩이나 차지했으니 걸어 다니는 길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좁아졌다. 사람들은 어깨를 부대끼며 걸어간다.
뒤에서 밀어 싸서 우물쭈물할 여유도 주지 않는다.
포장마차와 마주 보고 있는 작은 식당에서도 우동을 판다.
가격표를 붙여 놨는데 우동 사진과 함께 3천 5백 원이라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포장마차에서는 3천 원 정도 하겠다고 나름대로 짐작해 버리고 말았다.
매사 처음 시도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경험해 보고나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지기
마련이다.
일산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먹어본 경험이 나로 하여금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나보다.
나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앉았다. 우동 한 그릇을 시켰다.
아주머니 한 분이 이미 밀어놓은 밀가루 반데기를 꺼내 즉석에서 썬다.
보는 앞에서 칼국수를 큰 양푼 끓는 물에서 삶아낸다.

즉석 칼국수라고 해도 맛은 그저 그랬다. 양도 적어서 두 젓갈 집었더니 그만이다.
얼마나 바쁘면 그릇을 치우는 아주머니는 따로 있었다.
먹으면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설거지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설거짓감은 집으로 가져간단다. 그러고 보니 씻어놓은 그릇을 잔뜩 싸놓고 있었다.
궁금증이 풀리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괜한 의심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묻지도 않고 그냥 돈을 주려고 하다가 그래도 예의상 물어보았다.
4천 원이란다. 앞 건물에 있는 정식 식당보다 비싸게 받는다.
포장마차라고 우습게 본 내가 쑥스러울 지경이다.
나의 기준으로는 비싼 편이어서 다시는 들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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