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사려다가 혼다로 바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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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누님 나이도 모른다.
여태까지 칠십구 세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아내가 아니라고 한다.
한국 나이로 치면 팔십 이 세라고 한다.
내가 작구 낮춰 잡는 것은 아마도 늙지 말라는 마음에서 그러나 보다.

생각해 보니 팔십 이 세면 집에서 쉬는 거로 시간을 소일해야 할 나이인 것 같다.
그런데 맨 날 여행 다니느라고 바쁘다.
두 달에 한 번은 어딘가를 다녀와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노인들을 모시고 다니는 여행사가 따로 있어서 버스에 노인들만 싣고 적게는 사흘,
길게는 7박을 여행하고 온다.
여행객들이 모두 미국 노인들이어서 여행 중에 먹는 것과 잠자리 하나만큼은 편안하게
모신다고 한다.
노인들 고단하지 않게 적당히 가서 구경시켜주고 즐기다가 일찌감치 저녁 먹고
잘 자고 일어나면 다음 여행지로 떠난다고 한다.
90세 먹은 할머니도 버스에 앉아 구경만 할 뿐 나가지는 않고, 관광하고 돌아오는
노인들을 기다릴망정 같이 여행을 떠나고 본다니 외로운 노인에게 소일거리치고는
돈 꽤나 들어가는 소일거리다.
하기야 자식들도 이미 노인이고 보니 연락도, 방문도 뜸해진 마당에 스스로 즐기는 수
박에 없으리라.

엊그저께 다녀온 거로 알고 있는데 6월 초에 또 떠난다니 팔십 넘은 노인이라고
함부로 쉬라고만 할 게 아닌 것 같다.

렉서스 세단을 운전하고 다녔는데 차가 너무 커서 여기저기 긁고 다닌다.
수년 전만해도 당연하게 몰고 다니던 차이건만 나이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
결국, 작은 차로 바꾸기로 했다.
나이도 있고 한데 차는 이제 그만 운전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더니
같이 걷기 운동 다니는 친구들이 차가 없어서 자신이 차가 있어야 태우고 다닌단다.
미국 노인들은 구십에도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구태여 말릴 이유도 없다 하겠다.

새 차로 바꾸겠다고 해서 현대 딜러에 갔다.
가장 작고 저렴한 차 악센트를 골랐는데 악센트에는 백업 카메라가 없단다.
할 수 없이 혼다 Fit 5Door LX로 정했다.
팔십 이 세 나이에 새 차를 끌고 나왔다.

새 옷을 입으면 착복식을 했는데, 새 차를 탔으니 착차식? 을 해야 하나?
우리는 더불린 한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음식 값도 많이 올랐다. 10달러는 당연히 넘었고, 고기가 들어가면 20달러가 훨씬
넘는다.
한국 식당에 한국 손님은 없고 외국인들이 매운 순두부 아니면 육개장을 먹는다.
오히려 순수 한국인인 나는 매워서 먹지 못하는 매운탕을 외국인들은 별미로 알고
잘도 먹어치운다.
아, 세월은 정말 빠르게 바뀌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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