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미국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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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햇살이 눈부시게 퍼지는 능선을 아침 운동 길로 선택했다.
아내와 나는 잘 만들어 놓은 아스팔트길을 마다하고 일부러 좁은 흙길로 걸어간다.
길이 좁아서 일렬로 서서 걸어야 한다.

지난주에 내가 만났던 에반 할머니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가 처음 에반 할머니를 보고 80세 정도로 생각했는데, 글쎄 94세라고 하는
바람에 놀라고 말았다.
자그마한 체구에 너무나 정정하고 또릿또릿 해서 착각을 불러일으킨 건 당연했다.
할머니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보통, 나이가 많이 들수록 짜증스러워 하는 낮이거나 우울해 보이기 마련인데
에반 할머니는 달랐다. 매사에 활달하고 즐거워 보였다.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할머니는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해 주었다.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운 좋은 여자인지 아세요?
나는 아직도 건강한 동갑내기 남편하고 같이 살고 있어요.”

‘같이 사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게 자랑스러워할만한 일인가?’
나는 한국 방송에서 늘 한국 할머니들이 남편 치다꺼리하기 싫어서 그만 같이
살았으면 하는 게 소원으로 말하던데, 하다못해 졸혼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하던데 ……
삼식이 남편을 옆에 두고 사는 게 행복하다고?

삶의 중심을 어디다가 두느냐가 생각을 달리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에반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사는 가정에 그 중심이 있고,
한국 할머니는 삶의 중심을 자기 자신에게 두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아무리 나이가 많더라도 동반자가 있고 없고는 천지차이인 모양이다.
사랑을 나눌 수 있고 없고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고,
긍정적인 삶을 살게도 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에반 할머니가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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