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무얼 먹고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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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걸었던 길 오늘 또 걷는다. 어제 들었던 매미 소리 오늘 또 듣는다.
한여름 매미는 무얼 먹고 사나?
매미도 비 오는 날을 용케도 안다. 비 오는 날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지낸다.
매미는 나무 수액을 먹고 산다는데 매미가 나무껍질에 매달려 있으면서 어떻게
나무 깊숙이 흐르는 수액을 마실 수 있을까?
옛날에 매미는 이슬을 먹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수액이라고 한다.
수액에 과연 생명을 유지할 만한 영양분이 있기나 한 걸까?

숲길을 걷다가 모기에게 물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물고 달아났다.
팔목하고 엄지손가락을 물렸다.
걷느라고 발과 엇갈리게 팔을 흔들었음이 분명한데
언제 물고 달아났는지 알 수 없다.
한국은 모기도 잽싸다.
그런가하면 매미는 슬로다. 우는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힘없이 찌르르하고 울다가 끄트머리에 가서는 맥없이 슬로로 끝맺는다.
맥아리가 없이 들린다.
옛날 매미는 안 그랬다. 힘차고 줄기차게 울어댔다.
멀리 십리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우렁차게 울었다.
지금처럼 찌르르하고 울지 않고 맴- 맴- 맴- 하고 길게 울었다.
듣기에도 좋았다.
원두막에 앉아 참외라도 깎아 먹을라치면 매미가 노래를 불러 주었다.
지금처럼 소리공해로 들리지 않았다.

먹이사슬이 없어서 매미의 삶에 맥이 빠지면서 느슨해 졌다.
매미의 천적이 없다면 매미의 시체가 사방에 널브러져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나는 아직 매미의 시체를 보지 못했다. 어디에 가서 죽는지?
우는 소리 들어보면 매미가 많기는 많은 모양인데 죽은 시체는 보지 못했다.
어느 소설에선가 매미가 아파트 베란다 유리에 붙어 운다면서 매미의 뱃바닥을
본다는 게 징그럽다고 했다. 그리고 어떻게 들어왔는지 바닥에 죽어 있다고 했다.
매일 아침 매미 시체를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했다.
현시대 매미는 아파트를 좋아하나?
숲속에서 매미의 시체를 찾고 있는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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