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그 여자라니……

크루즈 067

사방이 지평선인 게 이채롭다. 보이는 건 하늘과 바다뿐이다. 바다는 물이며 평평하다.
평평한 곳에 모여 있는 물이면서 어디론가 흐른다.
평평한 바닷물이 왜 어디로 흐르는 지 궁금하다. 강물처럼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흘러간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처 없이 흘러가는 게 인생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바닷물은 소금기가 있어서 끈적거린다. 왜 소금기가 있을까?
모르긴 해도 소금에 절여놓았기 때문에 물이 썩지 않고 싱싱한 게 아닐까?
모르긴 해도 물이 흘러가기 때문에 썩지 않고 신선한 게 아닐까?.
쉴 새 없이 달려야 병들지 않는다는 생각도 해 본다.
새벽이면 기도실에서 기도드리고 나오는 사람을 만난다. 어느 날은 카토릭 미사가
진행 될 것이라고 쓰여 있다. 정신적으로 썩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리라.

보석상에서 손님을 끄느라고 경품 추천을 해 댄다.
아내는 혹시나 해서 경품추천에는 빠지지 않고 이름을 써넣는다.
어제 아내가 보석상에 다녀오더니 어떤 중국 여자 흉을 본다.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목걸이를 여러 개 하고 다섯 손가락에 반지가 다 끼어 있더란다.
보석상에서 마음에 드는 반지를 골랐는데 자그마치 가격이 2,900달러다.
마음에 들어 하니까 종업원이 손가락에 끼어 보라고 했다.
내미는 손가락마다 반지가 끼어 있어서 검지에 있는 반지를 빼놓고 새 반지를 시도했다.
종업원이 그러는데 잠시 빼놓은 반지도 사파이어로 수천 달러는 될 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는 기가 질려서 34달러짜리 가짜 반지를 사려다가
슬그머니 놓고 구경만 했다. 남편이 중국 식당을 크게 해서 돈 많이 번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들려주는데 “돈 잘 버는 남편을 둔 여자가 다르긴 다르더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
오늘은 줌바 클래스에 다녀와서 난 듣기도 싫은 그 여자 소리를 신이 나서 떠든다.
무슨 소리인가 했다. 어제 보았던 그 중국 여자를 줌바 클래스에서 다시 만났단다.
목걸이며 반지는 여전히 주렁주렁 매달고 바지만 운동복을 입었더란다.
뛸 때마다 목에서 목걸이가 덜렁대는데 운동하러 오는 사람치고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거다.
클래스가 끝나고 나서 한국 사람이냐고 묻더란다.
여태까지 영어로 대화하다가 갑자기 한국말이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단다.
한 가지 더 놀란 것은 주책없이 보석을 사들이는 그 여자가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니
놀라 자빠질 뻔했단다.
2,200명 승객 중에 한국인 딱 한 사람 만났는데 그 여자가 그 여자라니…….

크루즈 059

저녁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유니버셜 극장으로 달려갔다.
“On the Bayou”라는 뮤직컬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뉴오리언스와 그와 관련된 유명한 노래는 다 부른다.
뮤지컬 배우들은 언제나 발랄하고 활기차다. 힘이 솟아난다.

크루즈 065

공연이 끝난 다음 퇴장하는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는 무희들.
정성을 다 하는 게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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