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크리크’ 카지노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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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캐치 크리크(Cache Creek)’ 카지노에 한국 가수가 왔다는 광고가 실렸다.
일 년에 한 차례씩 가을이면 뽕짝 가수를 불러다가 무료 콘서트를 여는 게
연례행사로 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밑도 끝도 없이 초여름에 콘서트를 연다는 거다.
최성수다. 공짜이기도 하지만 최성수 노래가 좋기도 해서 가보고 싶다.
한국 가수 노래를 싫어하는 아내 때문에 은근히 겁이 났다.
보나 마나 안 가겠다고 할 것이다. 어떻게 꼬실까 며칠을 고민하다가 은근슬쩍 떠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보다 먼저 신문 광고를 보고 감춰버릴까 하다가 보여 줬더니 그 소리가
나올 줄 알았단다. 거부반응 농도가 짙어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카지노 뷔페에 스테이크 맛이 좋다는 거 알지 않느냐고 음식으로 유도해 봤으나 어림없는
수작 떨지 말라는 쪼다.
일단은 뒤로 물러났다.
콘서트 이틀을 남겨놓고 이번에는 싸움작전으로 나섰다.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가서 비싼 스테이크 싼값에 그것도 맛있게 먹자는데 뭘 가지고 그러느냐고
한바탕 했다.
아내는 재미도 없는 콘서트에 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면 잠을 설치게 돼서 싫다고
아예 말도 꺼내지 말란다. 몇 차례 싸우다가 결국 내가 손을 들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 좋은 콘서트를 포기할 내가 아니다.

팔십 삼세인 누님은 콘서트라면 무조건 좋아한다. 팔십 칠 세의 누님 친구는 그냥 할 일
없어서 따라가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웬걸, 누님보다 더 좋아한다.
좋아하는 표정이 얼굴에 고대로 나타난다. 셋이서 두 시간 반을 달려 ‘캐치 크리크’에
닿았다.
예전에 뽕짝 가수가 왔을 때는 줄을 길게 서서 티켓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뽕짝이 아니어서
그런지 줄이 없다. 나는 깜짝 놀랐다. 잘못 알고 왔나 했다. 알고 봤더니 손님이 적어서
자리를 마음대로 고르란다. 은근히 걱정된다. 손님이 없으면 최성수가 실망 할 가봐
내가 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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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만에 먹어보는 카지노 뷔페 음식은 맛있다. 맛있어서 두 접시나 먹었다.
뉴욕 스테이크가 부드럽고 구수하다. $24.99에 어떻게 이 좋은 뉴욕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단 말인가? 디저트로 초콜릿 종지에 담은 앙증맞은 딸기 케이크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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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을 그런대로 채워졌다.
나보다 젊은 아줌마 타입의 여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한바탕 놀아보자는 투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무대가 열리자마자 여자들이 아우성이다.
여자만 아우성인 게 아니라 남자들도 같이 휘파람에 고성을 지른다.
깜깜한 콘서트홀은 노래와 청중이 혼연일체가 되어 스마트폰을 켜 들고 따라 부른다.
진한 농지거리도 섞어가며 관중을 즐겁게 웃겼다.
농담도 다 나이 먹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걸쭉한 농담이다.

<아내가 동창회에 갔단다. 자리에 모인 동창 중에 교가를 기억하는 동창이 한 명도 없더란다.
아내가 일어나서 교가를 불렀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동창들은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라고 했다.
집에 돌아온 아내가 남편에게 자랑했다.
“교가를 부를 줄 아는 동창이 나밖에 없더라구” 남편이 불러보라고 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듣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학교는 다른데 교가는 같네……“>

미국인 밴드가 오늘 처음 맞춰보았다는데 그런대로 잘 어울렸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여러 곡을 불렀다. 해후, 애수, 남남, 잊혀진 계절, 기쁜 우리 사랑은,
그대는 모르시더이다. 그리고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풀잎 사랑을 불렀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관객은 없을 것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깜깜한데 알게 뭐냐.
나는 신나게 따라 불렀다. 팔십 칠 세 누님 친구 할머니도 따라 불렀다. 팔십 삼세인
누님은 재미없다고 나가잖다.
맛은 제각각이니까, 제 맛에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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