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주는 아파트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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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아침 주는 아파트란 말을 듣고 아침 식사를 공짜로 주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돈 내고 사 먹는 거다.
그것도 좋다고 입주민에게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소재 반포자이 아파트는 입주민을 위한
아침 식사 제공을 시작했다.
반포지아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우선 시범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입주민 여론을 수렴해서 영구 운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란다.

앞서 지난해 말 주민들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조식 서비스 도입 여부에 대해
84%가 찬성한 바 있다. 반포자이는 오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매일 바뀌는
조식 세트 메뉴를 공급하고, 출근 시간인 점을 고려해 포장판매도 가능토록 했다.
비용은 1일당 5500원이다. 관리사무소는 커뮤니티 시설 내 식사 조리, 식사 공간을
임대료 없이 무료로 조식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조식 업체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단지는 장소만 제공하고 별도 수익을 챙기지 않는다.”
현재 주민들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아침 식사 제공 서비스는 갈수록 확산 되고 있다.
1인, 맞벌이, 노인 가구 등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아파트 거주민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반포자이 인근 반포 리제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조식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성수동 트리마제, 광교 더샵 레이크 등도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로또 청약’ 열풍을 주도했던 ‘디에이치자어 개포’도 커뮤니티 시설 내
건강식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처음에는 고급 주상복합 단지 중심으로 조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단지 차별화 방법 중 하나로 주목을 받으면서 일반 아파트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명품 아파트의 정의도 입지나 설계 등 외형적 조건을 넘어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 여부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앞으로는 식사 제공을 넘어 컨시어지, 발레파킹 등 다양한 주민 혜택이 등장할
전망이란다. 호텔도 아닌 아파트를 놓고……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을 수주한 롯데건설은 그룹의 호텔 운영 노하우를 살려
컨시어지는 물론 헬스 서비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반포주공 1단지는 서울 성모병원과 연계한 건강관리와 KEB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침부터 밖에 나가 먹으면 집은 잠만 자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집이 명목만 집이 되고 마는 세상 참 좋은 세상일까?
밥은 안 해 먹고, 잠만 자는 공간에 집값이 얼마나 올랐나 경쟁하는 집이 명품 집이라고??
명목상 집일뿐인 곳에서 사는 삶은, 명목상 부부? 명목상 가정? 이게 명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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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밥과 집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청준 작가는 ‘눈길’이란 작품에서 한국인에게 밥과 집이란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K(광주) 시에서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닐 때였다. 술버릇이 점점 사나워져 가던 형이 전답을
팔고, 선산을 팔고, 마침내는 아버지 때부터 살아오던 집을 마지막으로 팔아넘겼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지 알고 싶어 옛 마을을 찾아갔다.
옛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대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불쑥 어머니가 나오셨다.
“집에 왔으면 들어와야지. 왜 내 집 골목에서 서성대고 있다냐?”
그날 밤 노인은 옛날과 똑같이 저녁을 지어 내왔고 거기서 하룻밤을 함께 지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에 K시로 나를 되돌려 보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노인은 거기서 마지막으로 내게 밥을 지어 먹이고 당신과 하룻밤을
지내고 싶어 새 주인의 양해를 얻어 그렇게 혼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중 약
“어머니의 진짜 심정을 듣고 싶어요.”
아내의 성화를 견디다 못해 어머니는 그날 밤 이야기를 돌이키고 있었다.
“어둑해지는 밤에 우리 집 앞에서 쟈가 들어오지 못하고 어정대고 서 있더구나.
그래서 냉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더니라. 그리고 더운밥 지어 멕여서 그 집에서
하룻밤 재워가지고 동도 트기전에 길을 되돌려 떠나보냈더구나.
마음이 어떠했겠느냐야. 팔린 집일지언정 하룻밤이라도 재워 보내고 싶어 넘의 집에
들어가서 마당도 쓸고 걸래질도 흠치고 기다렸는디
더운밥 해 멕이고 하룻밤을 재우고 나니께 그만만해도 한 소원은 풀린 것 같드랑께!“

한국인의 밥과 집은 이런 것이다.
내친김에 소설 ‘눈길’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그날 밤이야말로 웬 눈이 그렇게 많이 왔던지 새벽에 일어나 보니께 바깥이 온통 훤하게
눈 천지더구나. 눈이 왔더라도 어쩔 수 있더란 말이냐.“
다시 아들을 대처로 내보내야 하던 그 새벽, 눈은 온 세상을 뒤덮어 버렸고
어머니는 첨엔 문밖까지만, 다음엔 동구 밖까지만, 그다음엔 재 너머까지만,
그리고 그다음엔 아예 장흥 차부까지 그 먼 눈길을 자식과 함께 걷는다.
먼 길 가는 아들을 배웅하고 어머니는 혼자서 다시 그 ‘눈길’을 되짚어 온다.
되짚어 오는 길이 눈물겨웠겠다는 아내의 물음에
“울기만 했겄냐. 오목오목 디뎌 논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왔제.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히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서 복 받고 살거라…… 눈앞이 가리도록 눈물을 떨구면서 눈물로
저 아그 앞길만 빌고 왔제……“

지금 젊은이들은 집이 무언지, 밥이 무언지 너무 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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