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벼락처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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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여준다.
8시부터 한 게임, 그리고 한 시간 쉬었다가 다음 게임, 오후에 또 한 게임.
하루에 세 게임씩 빠짐없이 보여준다.
국가 대표팀들의 경기가 돼서 목숨을 걸고 뛴다.
운동 경기는 결승전이어야 볼만하기 마련인데 월드컵은 매 경기가 다 결승전이다.
죽기 살기로 뛰는 모습이 내편 네 편 할 것 없이 다 볼만하다.
승자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기쁨이 내게도 전염되어 나도 기쁘다.

16강이 시작됐다.
프랑스와 아르젠티나가 맞붙었다. 두 팀 합쳐서 골이 일곱 개나 터졌다.
골은 언제 들어갔는지 예고가 없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골대만 지켜봐도 공이 골대로 들어가는 순간을 잡아낼 수 없다.
디시 보여주어야 그제서 알겠다.
공은 벼락같이 들어간다. 준비하면서 벼르다가는 기회를 놓친다.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일격이 골로 이어진다.
인생도 축구 경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도 전반전 후반전이 있다.
전후반 전이 축구경기처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시점이 인생 후반전인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은퇴 후 내가 원하던 글쓰기 일을 시작하면서 후반전은 시작됐다.
전반전은 먹고사느라고 죽기 살기로 뛰어다녔다. 뛰어다녔지만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나는 신난다.
아무리 밤을 새워도 피곤하지도 않다. 골도 몇 차례 넣었다.
이런저런 상을 받은 것이 그것이다. 역시 기회는 벼락같이 오더라.
후반전에 힘이 펄펄 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리라.

골 들어가는 장면을 번번이 놓치는 게 TV가 잘 안 보여서 그런가 하고 엉뚱하게
TV에게 돌린다.
우리 집 TV는 산지 10년은 된 모양이다. 삼성 54인치인데 지금까지 잘 보았다.
자세히 보려고 했더니 뛰는 선수들이 조그맣게 보인다. 답답해 보인다.
노안이 돼서 흐리면서 잘 보이지 않아 앞으로 다가가서 보게 된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이 TV가 오래됐거나 흐려서 그런 게 아니고 내 눈이 침침해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그런데도 늙은 눈은 탓하지 않고 TV가 작아서 그렇다고 엉뚱하게 TV를 탓한다.
코스코에서 삼성에서 나오는 가장 큰 TV가 세일 마감이란다. 바꾸기로 했다.
삼성 QLED 75인치 대형이니 선수가 좀 크게 보일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매사 결정은 그렇게 쉬우면서 간단하게 내려지지 않는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결정이 난 것이다.
언젠가 아들 녀석이 다니는 회사에서 삼성 TV를 사면 반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그 좋은 기회를 써먹기로 했다.

Best buy에서 인스톨러가 나왔다.
키 큰 녀석 둘이서 올드 원은 떼어내고 새것을 달았다.
한쪽 벽을 꽉 채워서 선수들이 좀 크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별반 달라진 건 없다.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는 TV 하나 바꾸면서 온 식구가 재산 장만 했다고 기분이 좋아서 피자 시켜
먹으면서 파티 열던 생각이 난다.
늙고 보니 이상한 것은 새 TV를 사면서 장만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좋은 TV 보다가 가자는 마음뿐이다.
언제부터였더라 죽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사는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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