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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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머리맡에 “Be A Good Guy(좋은 사람이 되자)”라는 작은 배너를 써 붙여놓고
사는지도 꽤 오래됐다. “좋은 사람이 되자” “멋진 사람이 되자” “착한 사람이 되자”
이 세 가지를 놓고 나는 “좋은 사람이 되자”를 선택했다.
같은 말을 되 뇌이면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동도 닮아간다.
좋은 사람이란 자기주장 없이 무난한 사람을 말하기도 하고 어딘가 조금은 덜 야무진
사람을 일 컷 기도 한다.
마치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못 미칠 경우에 좋아한다고 말하듯이,
선하다거나 착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조금은 흡족하지 못한 상태인 경우
좋은 사람이라고 얼버무려 말한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절대로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바보나 호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해 보는 부류지만, 좋은 사람은 정신적,
사회적인 면에서 건강한 사람을 뜻한다.
사노라면 적어도 하루에 몇 차례씩 작은 결정이지만 내려야 한다.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갈까 말까, 전화를 걸까 말까 등등 시시한 결정이나마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마다 결정에 앞서서 “be a good guy”를 생각한다.
어떤 결정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결정인가 생각해 본다.

“아무개는 좋은 사람”이라고 할 때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건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식당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음식 값을 먼저 지불하는 사람?
음식 값을 지불했다고 해서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딱 어떤 것 하나만을 꼬집어서 좋은 사람이라고 결론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란 오케스트라와 같아서 골고루 각자 좋은 음을 낼 때 훌륭한 오케스트라라고
하는 것처럼 모든 면에서 좋아야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주변에 착한 친구, 선한 친구, 좋은 친구도 있는데 왜 그를 좋은 친구라고 하는 지
딱히 찍어 말할 수는 없다. 선하고 착한 친구를 합쳐놓은 게 좋은 친구다?
꼭 그렇지도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쁜 짓을 하고 다니면서 내게는 잘해 주는
좋은 친구도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좋은 친구가 없는 사람은 뿌리 깊지 못한 나무와 같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옷은 새 옷이 좋고 사람은 헌 사람이 좋다”는 말도 있다.
헌 사람은 근본을 아는 사람이다. 오래 사귀다보니 터놓고 말을 해도 흠 잡히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뿌리 깊지 못한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 넘어지는 나무다.
흔들릴 때 넘어가지 못하게 잡아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다.
결국, 좋은 친구는 헌 사람이라는 말이 되겠다.

친구는 헌 친구가 좋은 친구라 하겠으나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좋은 사람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느 누구도 지켜보고 있지 않는데도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친절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
“더 이상 줄 것이 남아있지 않으면 자기 자신까지 주려고 하는 사람.”
“차량 진입로 앞쪽에 차를 세울 때 안으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나오려는 차가 통과할 수 있게끔 공간을 남겨두는 배려심 깊은 사람.”
“나이, 직위, 인종, 학력, 부(富)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손하고, 언제나 ‘고맙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웰빙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는 사람.”
“남을 추켜 주는 것이 깎아내리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
“지구에 나 홀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더불어 산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
“낯선 사람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조차 연민과 애정으로 가득한 사람.”
“다른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일망정 소중히 생각해 주는 사람.”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같이 느낄 줄 알고, 다른 사람의 행운에 같이 기쁨을 느끼는 사람.”
“이 세상을 자신이 태어났을 때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려고 애쓰다 떠나는 사람.”
“최소한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은 너무 많아 일일이 적을 수가 없다.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나쁜 의도 없이 말하고, 이유 달지 말고 나눠주고,
어떤 기대도 없이 남을 돌보는 이가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리라.
말이 쉽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작은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런 경우에 ‘good guy’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를 먼저 생각해 본다. 그보다도 속으로 “be a good guy”를 되 뇌여 보는 거다.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만났던 사람 중에 몇 명이라도 ’좋은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성공한 인생이리라.

누구나 좋은 친구 몇 명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친구도 늘 좋은 친구만은 아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때로는 언짢아 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끈질기게 좋은 친구도 있다.
어제 친구를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당도했단다.
마침 근처에 석촌 호수가 있어서 그곳에 가서 운동삼아 한 바퀴 걷고 오는 중이라고 했다.
이야기 끝에 내 방에 금년 달력이 없다고 했다.
이 친구 곧바로 자기에게 여유 달력이 있다면서 갖다 주겠단다.
그러더니 다음 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지금 너한테 가는 중이라고 한다.
자그마치 수원에서 전철을 타고 일산까지 오려면 두 시간도 넘게 걸릴 것이다.
참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어려서 마음씨가 비단결처럼 고았던 친구는 늙어서도 좋은 사람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해 본다. 좋은 사람은 타고나는 건가?
다 늙은 지금 와서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해서 정말 되기는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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