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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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에세이 판대를 훑어보다가 금주 베스트셀러란 푯말이
꽂혀 있는 책을 보았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집어 들고 내용을 살펴봤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젊은 여성이 심리담당 의사와 상담하는 이야기다.
제목이 말해주듯 아이들이 읽을 걸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13,800원이나 주고 사기에는 좀 과한 것 같아서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로 마음먹고 돌아섰다.

백석 도서관에 들러 신간도 있는지 알아봤다.
직원은 친절하게 검색해 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도서관 직원들은 언제나 친절하다.
책은 있는데 지금 나갔단다. 다른 도서관도 찾아본다. 고양시에 도서관이 17개 있는데
도서관마다 한 권씩 있지만 모두 대출 중이란다.
그것도 반입되면 대출해갈 사람들이 두세 명씩 기다리고 있단다.
지금 리스트에 올리면 한 달 반은 기다려야 차례가 올 것 같다고 했다.
과연 베스트셀러 맞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면서 베스트 대열에 들면 전국 도서관에 배급되는 책만 해도 기천은 넘으리란
생각이 든다. 부럽다.

길을 건너느라고 지하 전철역 로비로 내려갔다.
백석전철역 로비 코너에 떡볶이집이 새로 생겼다.
먼저는 커피숍이었는데 손님이 없어서 문 닫게 생겼구나 했더니 결국은 문을 닫고 말았다.
누가 주인인지 몇 천만 원 날렸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 자리에 떡볶이집이 들어섰다.
비싼 가계 세내면서 떡볶이 팔아 수지가 맞으려나 했다.
오가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웬 걸 손님이 꽤 많다. 떡볶이에 어묵, 순대 그리고 간단한 샌드위치를 판다.
대충 잡아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도서관에 갔다 오다가 떡볶이집을 들여다봤다.
귀퉁이에 노인이 앉아 어묵을 먹는다.
가격표를 보았다 떡볶이 한 컵에 500원이다.
그냥 지나쳐 가다가 되돌아섰다. 떡볶이 맛이나 보자는 생각에서다.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들고 떡볶이집으로 들어섰다.
떡볶이 한 컵을 달라면서 천원을 들어 밀었다.
아가씨 떡볶이를 작은 컵에 담으면서 천오백 원이란다.
어! 다시 메뉴판을 봤다. 정말 1500원이라고 쓰여 있다.
금방 500원으로 봤는데 1500원으로 바뀌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내가 잘못 봤겠지 했다. 별걸 다 잘못 보는 구나 하면서 500원을 더 줬다.
구석까지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으슥한 자리에 앉았다.
대나무 꼬치를 줘서 꼬치로 떡을 찍어 먹었다.
아! 이게 웬일인가 맵기가 불이 날 지경이다. 매워도, 매워도 이렇게 매운 건 처음 먹어본다.
이건 우리 내 매운맛이 아니다. 나는 세계 여러 나라 매운맛을 다 먹어보았다.
가장 맵다는 멕시코 작은 고추도 잘 씹어 막었다.
그런데 떡볶이의 매운맛은 천연 매운맛이 아니다. 화학적으로 맵게 만든 거다.
입만 매운 게 아니라 목줄을 타고 뱃속까지 맵다.
이마에서, 목덜미에서 땀방울이 흐른다.
이거 잘못 걸렸구나 했다. 떡볶이 세 알 집어먹고 손들었다. 고만 먹기로 했다.
그러나저러나 이 떡을 어떻게 하지? 버리지도 못하고.
나푸킨으로 컵을 덮어 들고 나왔다. 일단 집으로 가져간다.
들고 가면서 생각해 보았다.

요새 젊은 애들은 위장이 나하고 다른가?
이 매운 걸 맛있다고 먹다니?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런 책이 재미있다고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책 속에 글들도 떡볶이만큼 맵고 재미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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