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지옥, 재미없는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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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 있는 정독 도서관(옛 경기고 자리)에서 빌려본
‘재미있는 지옥 재미없는 천국’

일전에 샌프란시스코 근교 로즈모어에서 경희 사이버대 홍용희 교수님이 가을밤
문학 강연이 있다고 해서 참석했던 일이 있다.
저녁 6시부터라고 해서 일찌감치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렸다.
30여 분이 모인 것 같았다.
강의실 뒤쪽에는 음식이 차려 있고 마실 것도 준비되어 있었다.
준비요원들이 애께나 쓰셨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다려도 강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 진행자가 소식을 전해 주는데 강사분께서 조금 늦으실 것 같으니 한 30여 분
기다려 달라고 했다. 기다려도 여전히 기별은 없다.
이번에는 시 낭송회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시 낭송회를 하다 보면 오실 거라고 했다.
김옥교 시인도 시를 읽었다. 저서로는 ‘재미있는 지옥 재미없는 천국’이 있다고 스스로
소개도 했다.
30여 분의 시낭송회가 끝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안 되는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저녁을 먹고 기다려보자고 했다.
뷔페 테이블에서 각자 저녁을 챙겨다가 먹었다.
모인 사람들 중에 혼자 온 사람은 나 하나였다.
외롭게 혼자서 저녁을 먹는데 어떤 키 큰 여자분이 내게로 다가왔다.
어디서 왔느냐고 말을 건다. 몇 마디 나누면서 김옥교 시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강사분 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LA에서 오는 비행기가 연착을 해서 8시가 다 돼서야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빠져나오는 중이라고 했다.
너무 늦었으니 멀리서 오신 분은 가도 좋다고 해서 아쉽지만 허탕치고 돌아왔다.

사실 나는 미주 한국일보를 구독하지 않았다. 미주 중앙일보만 읽었다.
금년 들어 미주 중앙일보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뉴스 매체 활동을 접는 바람에
미주 한국일보를 구독하게 되었다.
당연히 김옥교 칼럼을 접한 지 얼마 안 됐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칼럼이 실리는 것 같았다.
‘재미있는 지옥 재미없는 천국’이란 책 제목이 흥미로워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같은 제목으로 여러 사람이 신문 매체에 칼럼도 쓰고 책도 냈다.
한겨레21에 쓴 칼럼도 “재미있는 지옥, 재미없는 천국?”이란 제목이 있고(2013. 8. 9)
오마이뉴스 칼럼에도 같은 제목으로 글이 실렸다. (2002. 12. 20)
기독교 뉴스에 실린 김진홍 칼럼에도 같은 제목의 글이 실렸다. (2018. 9. 12)
책으로는 1997. 12. 18 유지순 지음 ‘재미있는 지옥 재미없는 천국’이란 수필집이 있고
1995. 6. 1 김옥교 시인이 쓴 같은 제목의 책이 있다.
2001. 12. 17 권지관 지음 ‘재미없는 천국 재미있는 지옥‘이란 책이 앞뒤를 바꿔놓았을 뿐
같은 제목의 책이다.
그 외에 여러 블로그나 카페에서 “재미있는 지옥 재미없는 천국”을 제목으로 써먹은 걸
보면 사람들이 매우 흥미로워하는 제목 같다.
특히 목사님들이 많이 인용하는 거로 봐서 이민 교회에서는 널리 알려진 문구인 모양이다.
글의 내용은 한결같이 한국은 재미는 있으나 지옥 같은 나라이고 이민 간 나라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재미는 없으나 천국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미국에서 반세기를 살았지만 “재미있는 지옥 재미없는 천국”이란 말은 못 들어 봤다.
내가 한인 교회에 나가지 않고 접촉하는 한인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짐작해 본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이 천국이라고 느껴보지 못했다.
친구로부터 거꾸로 미국이 지옥 같다는 말은 여러 번 들어 봤다.
한 친구는 한국에 다녀오면서 비행기에서 다 왔다는 실내 방송을 듣고 창밖을 내다보았더니
저 지옥 같은 곳에서 또 지겹도록 고생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누가 미국이 공산주의보다 낫다고 했느냐?
하우스 페이먼트에 목이 매여 꼼짝 못 하고 끌려 다니면서 일만하는 지옥 같은 나라가
미국이다. 이런 말만 들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정부에서 주는 영세민 보조금을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전통문화에
물들어 있는 자식들로부터 문화적 효도도 누리는 노인들이 미국이 천국이지 하는
말을 듣기도 한다.

나는 한국에 오면 편안하다. 살기는 미국에서 평생 살았어도 아는 사람 없는
한국일망정 한국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고 보는 것마다 즐겁다.
설혹 눈에 거슬리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못돼 먹은 뉴스를 접하기도 하지만,
그런 못돼 먹은 뉴스는 어느 나라나 있기 마련이다.
어떠면 미국이 더 못돼 먹었을 수도 있다.
잔꾀 부리는 운전 문화라든가, 개인이 저지르는 사기극, 잔혹한 범죄도 있을 수 있다.
정치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때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것이지 계속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0년 전이 다르고 20년 전이 다르다. 그만큼 빨리 따라잡아 가고 있는 게 한국이다.
사실 잔인한 범죄의 원조는 미국이다. 미국에서 세계로 퍼져나간다.
분명한 것은 밤에 거리에 나가 걸어 다니는 것이 위험한 나라는 미국이다.
거기에 비해서 한국의 데이트는 밤거리를 걸어가며 즐기는 것이다.
천국은 낮이나 밤이나 천국이어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가려서 쓴 책이
“미국이 적성에 맞는 사람, 한국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다.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느끼고 받아들인다.
나의 경우는 책에서도 밝혔듯이 미국도 천국, 한국도 천국이어서
행복을 두 곱으로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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