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L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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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거짓말이 저절로 나온다.
살아남으려면 거짓말이 본의 아니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 난 다음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돈이 많으면 거짓말이 저절로 나온다.
돈을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이 본의 아니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다 보면 거짓말이 저절로 나온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 거짓말이 본의 아니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 편한 데로 살기를 원한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변명하는데 탁월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죽하면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고 했겠는가?
지금은 이런 말도 별 효험 없이 들린다.
두 번 이혼하고 세 번째 만난 남자에게 나는 처녀라고 할 정도로 변명의 기술도 진화했다.
어떤 때는 뛰어난 변명이 진실보다 낫다.
누구도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허상에 불과하다.
나는 내 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상대는 나를 또렷하게 보고 있다.
결국 그가 지적하는 말이 듣기 싫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이다.
아니라고 우겨서 허구가 진실이 되는 데에 이르면 진실이 허구가 된다.

노처녀가 되면 거짓말이 저절로 나온다.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이 나온다.
살기 힘들어서 싱글이 더 좋다고 스스로 자존감을 지키기도 한다.
늙으면 거짓말이 저절로 나온다.
체면을 지키기 위해 모르면서도 아는 채 입을 다물고 있는 무언의 거짓말이다.
체면 지키는 것도 발달해서 늙었다고 할까 봐 미리 100세 시대라고 자위한다.

나이를 먹도록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지만, 무시당할까 봐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자기가 한 거짓말이 탄로 날까 봐 초조해하고 전전긍긍한다.
이야기를 듣다가 상대 기분 좋으라고 맞장구를 쳐주면서 “나도 그런 적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 주기도 한다.

사기성이 있는 거짓말이 아니라 일상적인 거짓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또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수도 많다.
거짓말도 상대적이어서 나이와 사회 활동의 많고 적음에 따라 많고 적게 나타난다.
보편적으로는 아이일 때 자질구레한 거짓말이 차츰 많아지고 그럴듯하게 변해가면서
수위도 높아진다. 2030이 되면 피크를 이루다가 차츰 수그러든다.
나이가 들어가면 세상사 빤해지면서 거짓말도 줄어든다.
늙으면 아예 거짓말을 하러 들지 않는다. 거짓말을 해 봤자 다 아니까.
늙으면 속 편한 이유가 다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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