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레짐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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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을 출판하고 나서의 일이다.
산호세 파리바케트 빵집에서 ‘북가주 6.25 참전 유공자회’ 회장님을 만났다.
‘미국문화의 충격적인 진실 35가지’ 책 50권을 드렸다.
회원들에게 팔아서 경비에 쓰시라고 했다.
얼마 후에 8권이 남았다고 돌려준다.
잘 쓰셨는지 어땠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별로 탐탁지 않으신가 보다 했다.

그 지난달 세 번째 책 ‘크루즈 여행 꼭 알아야 할 팁 28가지’ 책이 미주 한국일보에
소개되었다.
뜻밖에 유공자회 회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받은 전화라 어리벙벙했다.
잘 지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회장님이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샌프란시스코 프시리오에 있는 6.25 참전비에서 매년 6.25 행사를 마치고 나면
200여 명이나 되는 손님을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모시고 가서 점심 대접을 하는 분의
고마운 이야기였다.
벌써 10년째 계속 하신다고 했다.
나도 신문에서 읽어봐서 알고 있지만 참 고마우신 분이라고 말했다.

만나 뵌 지가 2년도 더 됐는데
뜬금없이 회장님이 왜 내게 전화를 걸어왔는지? 왜 그 이야기를 들려주지?
친히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도움을 주려거든 지속해서 해달라는 말씀같이 해석된다.
별로 흥미로워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는 지레짐작으로 잊고 지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걸어 책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번 한국 길에 책을 주문했다.
저자는 정가의 60%에 구매할 수 있다.
작은 지원이지만 지속성이 결여되면 빛이 바래고 만다.
작은 지원이 모여서 큰 지원이 되는 거다.
지레짐작처럼 위험한 판단도 없다.
똑똑한 사람은 물어서 정답을 알아내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지레짐작으로 정답을 맞히려
든다. 지레짐작은 90% 빗나간다는 걸 새삼 느낀다.

준비된 책을 가지고 오후 4시에 샌 호세 같은 빵집에서 회장님을 만났다.
예전처럼 회원님들에게 책을 나눠드리고 10달러씩이나마 받아서 경비에 보태 쓰시라고 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모임의 성격을 잘 모르고 해 대는 주제넘은 생각이었다.
‘모임이다’ ‘회원이다‘ 하는 게 이익단체가 아니어서 책만 가져가고 돈은 안 낸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나 혼자 지레짐작으로 경비에 보탬이 되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지레짐작은 늘 틀리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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