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이발소 풍경

IMG_2230

사량도

 

모처럼 이발소에 갔더니 파킹랏부터 차가 꽉 차있다.
손님이 여럿 기다린다. 이발사는 손님과 잡담할 시간조차 아까워 바쁘게 돌아간다.
왜 이리 바쁜가 했더니 이발사가 3주 동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자기도 한국에 다녀왔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내게 언제 한국에서 돌아왔느냐고 묻는다.
엊그제 왔다고 했더니 자기는 지난 일요일에 왔다면서 오자마자 손님들한테서 전화가
빗발치더란다. 머리가 기니 답답해서 못 참겠다고 하면서….
처음으로 3주간 이발소 문을 닫고 부인과 함께 한국에 다녀왔다고 했다.
문에 써 붙여놓았더니 이발사가 돌아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몰려오는 거다.

할 수 없이 커피나 마시면서 기다렸다.
아이들 먼저 깎아줘야 학원에 늦지 않는다고 해서 양보해 줘야 한다.
어떤 손님은 전화 예약하고 왔다지만 2시 예약해 놓고 2시 반에 왔으니 예약이라고
할 것도 못 되지만, 그래도 예약 손님이라고 앞서 깎는다.
주인아주머니 미안했던지 커피나 마시란다. 벌써 마셨다니까 한 잔 더 마시란다.
할 일 없는 은퇴 객들만 멍하니 앉아 기다린다.

기다리는 손님 지루할까 봐 주인아주머니 한국에 다녀온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남쪽이 고향인 아주머니는 여수며 순천까지 다녀왔단다.
남편 머리 잘 깎는다는 광고성 이야기까지 한참 늘어놓았다.
한국에서 이발소 할 때는 까다로운 사장님 손님도 여럿 있었고, 고은 시인도 단골손님
중의 한 분이었단다.
아이 데리고 온 여인도 방학 때 한국에 다녀왔다면서 여수에 갔었단다.
여수에서 뭐 먹고, 먹은 입맛 자랑이 한창이다.

여수가 인기 있는 고장인 모양이다. 나도 여수에 가고 싶었다.
서울에서 여수 하나만 딱 바라보고 가기에는 조금 멀다.
일일관광 모집을 들춰봤다. 사량도 일일 관광이 눈에 띈다.
사량도라면 좋을 것 같다.
통영으로 해서 사량도까지 일일 관광단에 휩쓸려 갔다가 홀로 여수로 빠지고 싶었다.
일일 관광으로 통영에서 배 타고 사량도로 건너가 등산하고 돌아오는 코스다.
스케줄이 젊은 사람들 위주로 짜여 있어서 일일 코스로는 너무 고단하지 싶어 그만뒀다.
그만두길 잘했지 D데이에 비가 왔으니 따라나섰다면 고생 좀 했을 것이다.
어느 날 한가할 때 혼자서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사량도에 가고 싶어 하는 까닭은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 소설 무대가
사량도이기 때문이다.
교장 선생님 같은 늙은 어부가 붉은 도미를 잡아들고 젊은 과수댁을 찾아 신나게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사량도인지, 사랑도인지 하는 곳에 가보고 싶다.
오다가 여수에 들러 하룻밤 자고 오고 싶다.

한여름 보내고 난 동포 이발소는 고국에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웃음꽃이 만발하다.
고국은 언제나 즐거움만 선사하는 아름다운 고향이려니…….

 

 

 

1 Comment

  1. 김 수남

    2018년 11월 17일 at 1:19 오전

    네,올려주신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고향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집니다.’사랑도’가 있음도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사진으로 보는 사랑도지만 너무 아름답습니다.다음에 고국 방문하면 정말 꼭 가보고 싶습니다.우리 강산 참으로 정답고 아름다운 곳도 많습니다.아직도 이름조차 몰랐던 이렇게 예쁜 섬들도 있고요.감사합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