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데 왜 사랑타령이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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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예보에 내일 아침에 눈이 올 거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하얗게 쌓여 있을 거로 생각했다.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내다봤다 눈은 없었다.
그렇지만 하늘이 희뿌연 게 눈이 올 것 같았다.
아침 준비를 하다가 밖을 내다봤다. 정말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그사이에 많이 온 것은 아니지만 눈 내리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아침을 먹고 눈이 그쳤나 하고 내다봤다.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걸 넘어서 마구 퍼붓는다.
앞이 안 보인다. 백 미터도 안 보이는 것 같다.
눈발이 너무 촘촘히 내리는 바람에 공기가 하얗게 보인다.
14층 높이에서 내다보이는 공중에는 공기보다 눈이 더 많다.
숨을 쉬면 공기 대신 눈이 코로 들어올 것 같다.

멀쩡한 사람도 눈 날리는 걸 보고 있자니 연인 생각이 나는데
하물며 연인이 있다면 눈 오는 날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어떤 말을 해 줘도 기쁘게 받아들일 만큼 들뜨게 만드는 게 눈 오는 날이다.
사랑에서 무엇보다 어려운 게 고백인데 눈 오는 날은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다.
사랑고백이라고 하는 건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으로
머뭇거리기 마련인데
눈 오는 날은 설혹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눈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한 소리겠거니
넘어갈 수도 있다.
사람이 기분 좋으면 무슨 소린들 못하랴.
그렇다고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에게 얼토당토한 말을 했다가는 아무리 눈 오는
날이라도 따귀나 맞고 말리라.
적어도 두 사람 간에 말이 통한다고 느껴질 즈음은 돼야 하는데
그것도 고백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고백하려면 “사랑 한다”고 말했을 때 상대가 “나도 사랑해”하고 나와야지
“나도 좋아” “넌 정말 멋져” 이런 정도의 답을 듣는다면 이건 “NO”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사랑 한다”고 말하지 않고 에둘러서 “너 나 사랑해?”하고 묻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네가 날 사랑하면 나도 널 사랑하겠다는 식의 대화는 금물이다.
사랑하면 하고 말면 마는 것이지…….

눈발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 사랑을 풀어본다.
사랑은 참는 것이다. 힘들지만 참는 것이다.
사랑은 전쟁이다.
사랑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사랑은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내 것이다.
사랑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랑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대답해 주는 것이다.
사랑은 행동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행동하는 것이다.
사랑은 선택이다. 누가 선택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사랑은 눈먼 장님이다.
사랑은 마술에 홀린 것처럼 황홀한 것이다.
사랑은 기다리는 것이다. 어떤 때는 일생 기다린다.
사랑은 아픔이요 괴로움이다.
사랑은 기운이어서 맑고 개운한 날도 있고 찌뿌드드한 날도 있다.
사랑은 메시지이다.
사랑은 아름답다.

눈이 내리는데 왜 사랑타령이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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