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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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도 돈은 좋아했다.
옛날 어르신들 하시는 말씀이 뱃속에 있는 아기도 돈 준다고 하면 나온다고 했다.
유전무죄 무전 유죄란 말도 있다.
오늘날 돈은 누구나 좋아한다. 돈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문제가 있다면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광화문으로 뛰어나오는 사람들,
문제의 핵심을 파헤치고 보면 밑바닥에는 돈이 깔려 있다.
“부자 되세요”
“돈 많이 벌어라”
이런 덕담은 모두 잘되라는 말로 통한다. 가장 듣기 좋은 말 중의 하나다.

오피스텔 경비원이 반으로 줄었다. 어찌 된 일이냐? 알아봤더니 최저임금제 때문에
인원을 반으로 줄였단다. 이것도 돈 때문이다.
김 청와대 대변인이 사퇴한 것도 돈 때문이고
평생을 지켜왔던 청렴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돈 때문이다.
참으로 애석하다만, 김 대변인이라고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를 왜 몰랐겠는가?
부동산을 구입하기 전부터 대변인을 사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유혹과 고민과
갈등과 고뇌의 날들을 보냈겠는가? 30년 전셋집을 전전하면서 겪었던 고난과 수모를
좋아할 아내가 있겠는가?
하지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강력한 무기는 오로지 청렴뿐인데….
청렴 때문에 청와대 대변인 자리까지 가게 되었는데….

장관 지명자들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서 집이 몇 체인지 밝히기 싫어하는 것도
돈 때문이다.
굴뚝에 올라가 일 년이 넘도록 농성한 것도 돈 때문이고,
굴뚝에서 내려온 것도 돈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자살한 것도 돈 때문이다.
손혜원 의원이 집을 스무 채나 사들인 것도 돈 때문이고,
돈 때문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도 돈 때문이다.

고용주는 필요에 따라 채용하고 필요 없으면 감원하고, 직원은 필요에 따라 일하고
나은 기회가 있으면 바로 떠난다. 이것도 다 돈 때문이다.
고용주의 최고 가치는 이윤 내는 거고, 직원의 최대 관심은 봉급 올라가는 거다,
사람은 없고 돈만 보이니 세상은 각박할 수밖에 없다.
노골적일 만큼 돈과 임금에 맺힌 한이 많은 것 같아서 마음이 아리다.

미세먼지 때문에 죽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돈 때문이고
중국에 수많은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는 것도 다 돈 때문이다.
더러운 게 돈이지만 돈만큼 사랑받는 물건도 없다.
사람들은 가장 깊은 곳에 감춰두고 끔찍이 아끼는 게 돈이다.
돈은 힘이면서 돈은 악의 뿌리다. 사랑 없는 돈은 아무 쓸모가 없다.
돈은 전부고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많아도, 많아도 부족한 게 돈이고 눈을 멀게 하는 것도 돈이다.

유다가 예수를 돈 받고 팔았으니 2000년 전에도 돈의 유혹은 지금과 같았던 모양이다.
최영 장군도 황금을 돌같이 보라고 했다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
돈 보고 싫다고 한 사람은 변동시장에 천득이 박에 없다.
<정신 연령이 조금 모자라는 천득이는 시장 상인들의 일을 도와가며 ‘천 원만 달라’고
외치며 늙은 어머니와 살아간다.
시장 상인들은 이러한 천득이를 이용하여 푼돈인 ‘천 원’을 쥐어주며 온갖 허드렛일을
시켜 가며 자신들의 이익을 채워간다. 득의양양 깔깔대며 재산이 늘어나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힘이 아닌 천득이의 힘을 이용하여 편하게 지내다 어느 순간,
천득이 없이는 시장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부터 자신들이 이용한다고
믿었던 천득이에게 되레 종속되고 마는 상황에 처해진다.>
한만수의 장편소설 천득이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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