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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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도 봄꽃 구경하러 쏘다니던 때도 있었다.
3월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어디로 꽃을 찾아 떠날까 하는 생각에 몰두했다.
10년 전쯤 블로그를 한창 쓸 때였다.
섬진강을 따라 달리다가 하동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접어들면 십리 벚꽃 터널을
차를 몰고 혼자 달리던 생각이 난다.
세월은 흘렀고, 기술은 발달해서 친구가 쌍계사를 가면서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여준다. 즉석에서 받아보는 감흥이 새롭다. 신선하다고나 할까?
내가 막 현장에서 보는 꽃 같아 기분이 산뜻하고 날아갈 것 같다.
벚꽃은 화끈해서 좋다. 한꺼번에 그 많은 꽃을 아낌없이 다 피어버린다.
그리고도 모자라 바람에 꽃잎을 다 날려버린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을 딱 벌리게 만든다.
벚꽃의 배짱이 마치 씨름판에서 맞배치기로 상대를 들어 패대기치는 것처럼 통쾌하다.
한 번 피고 말 것 다 함께 작렬하게 피고 말겠다는 각오를 보는 것 같아 상쾌하다.
꽃 하나하나를 볼 때는 희고 여린데다가 가냘프기까지 해서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한꺼번에 뭉쳐서 꽃을 피우면 사람을 놀라게 하고도 남는다.
꽃의 위대함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려는 지 다 함께 웃고 있다.
흰빛이 LED 등을 밝혀놓은 듯 밝고 현란하다.
낙원이 따로 없다.

나도 투명 인간이 되어 현장으로 날아가 십리 꽃길을 걷고 싶다.
그것도 사람 없는 새벽에 홀로 걷는다면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리라.
아무려면 천국이 이만 하랴.
사람의 기분을 업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그 중에 꽃나라를 헤매는 게 제일일
것이다.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친구가 혼자만 즐기지 않고 나까지 끌어들여 줘서
한껏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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