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키토키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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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으로 밤 9시다.
친구가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찍은 사진과 함께 소식을 카톡으로 전해왔다.
“나는 지금 동창들 3명하고 2박 3일로 설악산에 와 있어.
오늘은 희운각 대피소에서 자고 내일 공룡능선, 비선대, 설악동으로 하산 여정임.“
대청봉에서도 전화가 터져 인터넷으로 사진을 보내오고. 세월 참 좋아졌다.
죽기에는 아까운 세상이다.
나는 대청봉에 올라가 보려고 그렇게 별렀건만 결국 못 올라가 보고 죽을 모양이다.
받은 사진을 내가 알고 지내는 동창들에게 카톡으로 전달해 주었다.
LA에서 사는 친구는 20년 전에 간 이식 수술을 받고도 끄떡없이 잘 사는 친구여서 그런지
“OO이는 멋지고 건강하게 사는구나. 부럽다.”
오산에서 농사짓는 동창은 “설악 유람을 정겨운 동창들과 함께하니 즐겁겠구나.”
카톡으로 보내온 반응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간다. 첨단 기술이 새록새록 터져 나온다.
편지가 유일한 통신 수단이던 시대에서 전화의 등장은 혁명이었다.
전화의 시대에서 인터넷의 등장은 혁명 중의 혁명이다.
인터넷에서 곁가지로 삐쳐 나온 게 카톡이다.
카톡은 한두 마디 주고받을 말만 하는 간결함이 있어 대화하는 식이다.
바쁠 때는 그냥 놔뒀다가 시간이 나면 읽어도 되는 편리함도 있다.
사실 전화를 걸면서 카톡처럼 한두 마디 자기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다면 미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전화에는 예절이 있어서 말을 했으면 들어 주기도 해야 한다.
전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이 전화통 속에 들어가 있나 하는 상상도 했다.
전화 받으라고 하면 받기는커녕 도망가기에 바빴다.
지금 세상에 전화 받으란다고 겁이 나서 도망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화는 상대방의 시간을 내 시간에 맞춰 정지시켜놓고 소통한다.
지금처럼 시간이 개인화 되어 있는 세상에서 상대방의 시간을 빼앗는 셈이 된다.
지금은 시차를 두고도 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직장에서 일하는 아들에게 뭐 좀 물어볼 일이 있어도 전화를 걸어 시간을 빼앗아가면서
묻기에는 께름칙해서 망설이다가 마는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미국인들만 있는 직장에서 한국말로 전화 받을 아들을 생각하면
차라리 전화 거는 걸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문자로 소통하면 간단하게 물어보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아들이 자기 개인 시간에 읽어보고 답해올 것이니 서로 부담 없이 소통이 이루어진다.
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의 단어보다 낫다고 했다.
지구 상 어디에 있던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공간과 감정, 기분을 공유할 수 있는 게
오늘날 통신 수단인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의사소통의 채널이 소셜미디어로 바뀌었다.
문자, 카톡, 무인 오더, 무인 응답 같은 것이다.
따라서 컴뮤니케이션의 개념도 바뀌었다. 개인이 중심이 되어 컴뮤니케이션을 이룬다.
소셜미디어에 기반해 끼리끼리만 소통하다보니 밀려난 전화소통은 무관심의 대상일 뿐이다.
변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는데 전화는 카톡처럼 그때그때 할 수 없으니
전화 소통만 고집하는 친구는 소원해지고 카톡으로 소통이 빈번한 친구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자연히 나도 모르게 소통이 많은 친구와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손주가 장난감 워키토키(Walky Talky: 휴대용 무선 전화기)를 가지고 왔다.
나하고 놀자는 투다. 워키토키를 하나씩 들고 말을 하는 거다.
스위치를 켠 다음, 말할 때는 스위치를 누르고 해야 하고 들을 때는 스위치를 놓고 듣는다.
집 안에서 그냥 하면 될 말을 워키토키를 사용하란다.
겨우 한다는 말이 “너 어디 있냐” “잘 들리느냐” “잘 들린다” 이런 말을 되풀이한다.
손주는 어딜 가나 워키토키를 들고 다니라고 내게 주문한다.
점심이라도 먹으려고 테이블에 앉으면 옆에 놓고 먹으라는 둥 잔소리가 많다.
애는 노는 일 밖에 없으니 워키토키를 들고 놀아도 되지만 나는 할 일이 있는데 워키토키
들고 저하고 놀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워키토키를 옆에 놓고 있다.
하던 일을 중단하고 시간을 내서 워키토키로 대답해 준다.
워키토키도 전화통화 같아서 상대방의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불편하지만 손주와 같이 놀아주느라고 워키토키로 소통하다가 워키토키 통신이
마치 어른들의 전화 통신수단 같다는 생각나서 써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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