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은 쥐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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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은 쥐띠다.
쥐치고는 힘이 세서 쇠까지 갉아댄다는 흰쥐인 것이다.
쥐는 예로부터 영물로 쳐서 지혜와 예지력을 지닌 포유동물로 여겼다.
쥐는 부지런해서 재물을 모으는 능력이 뛰어나다.
곡물을 훔쳐 가고 집 안 구석구석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인간은 쥐를 싫어한다.
하지만 인간이 싫어하는 쥐를 개발해서 어린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쥐로 재탄생시킨 게
미키마우스이다. 미키마우스의 탄생이 허름한 창고에서 일어난 것도 우연만은 아니다.
가난하고 지저분한 창고 구석이 쥐의 생리에 맡기 때문이다.

내가 모는 혼다 아디시스 밴 대시보드에 노란 불이 들어와 꺼지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시동까지 걸리지 않았다. 견인차를 불러 혼다 딜러로 보냈다.
기술자가 점검해 보더니, 센서가 나갔다고 갈아야 한단다.
센서를 갈고 났는데도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이번에는 운전석 의자를 들어내고 그 밑에 있는 전기 와이어를 쥐가 갉아 먹어서
노란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거란다. 그러면서 자기 차도 쥐가 와이어를 갉아 먹은 일이
있었단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우리 집 차고에 쥐가 있는 걸 보지 못했고 설혹 쥐가 있다손
치더라도 어떻게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서 와이어를 갉아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할 수 없이 고치라고 했다.
다 수리한 다음 딜러에서 끌고 나온 차는 당분간 막내딸이 타겠다며 가져갔다.

양력 설날 온 가족이 우리 집에 모여 점심 겸 저녁으로 떡국을 먹었다.
떡국을 먹는 자리에서 막내딸이 들려주는 소리에 모두 귀를 의심했다.
자동차 청소를 하느라고 차 안을 배큠하다가 쥐똥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쥐똥까지 나왔다니 더는 쥐가 전기 와이어를 갉아 먹었다는 걸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주변에서 얼마든지 벌어진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러면서 막내딸이 임신했다고 발표하는 게 아닌가.
우리 모두 또다시 깜짝 놀랐다. 5월이 산달이라니 벌써 5개월이 지났다는 말이 된다.
그동안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통보하는 딸이 깜찍하다.
막내딸은 늘 하는 짓이 그렇다.
이번에는 아들이라고 한다.
네 살인 큰딸과 두 살인 작은 딸 그리고 이번엔 아들이란다.

그 바람에 소낙비 내리듯 한바탕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네 살짜리 손녀가 손수 그린 보이 그림 카드를 받아든 아내는 고추 이야기를 했다.
몇 달 전에 생뚱맞게 빨간 고추 꿈을 꾸었다는 거다.
그날따라 집에 막내 사위밖에 없어서 빨간 고추 꿈 이야기를 해 주었단다.
아내도 태몽 꿈은 처음이라면서 신기해 해 했다. 손녀는 “dreams come true”라면서
보이를 그렸다.
새해에는 깜짝 놀랄만한 일로 시작하는 꼴이 앞으로 얼마나 더 놀랄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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