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퍼드 배꽃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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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 늦게까지 남아서 붉게 물들어 고운 단풍을 선사하던 나무가
봄이 오자마자 가장 먼저 꽃을 피워 선물한다.
이름하여 브래드퍼드 배곷(Bradford Pears) 영국이 고향이란다.
나무도 멀리 미국까지 이민 와서 마음껏 자태를 뽐낸다.

하루 따듯하고, 하루 쌀쌀하더니 오늘은 비가 온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오후로 접어들면서 멎었다.
젖은 흙길을 피해 걷자면 동네 공원으로 나가야 한다.
지난가을 빨갛게 물든 단풍으로 갈아입던 나무가 겨울엔 알몸이 되었었다.
오늘 보니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을 피우기 위해 몽땅 벗었나 보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고 한 자리에서 일생을 보낸다.
그 대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반복해서 누리는 축복을 받았다.
움직이는 생물은 움직일 수 있다는 특혜 때문에 사계절 한 번만 누리게 되어 있다.
지극히 평등한 하늘의 질서다.

하늘의 뜻도 모르고 사람들은 백세시대가 왔다고 들떠 있다.
노인이 안 죽는 좋은 시대라며 요양원에 모여 역모를 꾀한다.
백 세에 오라고 해도 할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전하라니?
하나님이 노(怒)하실 만도 하다.
코로나바이러스라도 보내 노인들을 솎아내려나 보다.
내가 예수라고 부르짖는 자부터 내려치고, 요양원이란 요양원은 다 들려볼 낌새다.
지혜로운 브래드퍼드 배꽃은 생각한다.
노하심을 풀게 해 드려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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