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격리 2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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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현황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한참 됐다.
오늘은 몇 명이 걸렸나, 몇 명이 죽었나, 한국은 어떤가, 이탈리아에선 몇 명이 더
발생했고, 몇 명이 죽었나 하는 차트를 훑어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기분 좋은 소식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번 주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느니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두 주만 더 열심히 해 보자는 말만 들리니 매일 매일이 즐겁지 아니하다.

각 나라마다 단결해서 코로나19 하고 전쟁을 펼친다.
나라마다 전쟁에 임하는 작전이 다르고 싸우는 방법도 다르다.
우리가 사는 지역은 2주째 자택 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어떤 감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은근히 압박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어디라도 나가지 못해 근질근질하더니 얼마 지나고 나니 일상이 되어 간다.
집에 칩거하면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이제는 집에만 있는 것으로 평정심을 찾았다.

지난 일요일에는 대전의 유명한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중지해 달라는 시의 요구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TV 뉴스에 잠깐 비치는데 언뜻 보기에 불의에 항거하는 투사 같다.
“6.25 때도 멈추지 않았던 예배인데 지금 와서 쉬라니?” 하면서 항의하는 것이다.
참 답답한 언행이다. 6.25 때는 당신 혼자서 죽으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같이
당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샌프란시스코 감리교회에 다니는 친구가 주일예배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보기로 했단다.
감리교 본부에서 그렇게 하라고 공문이 왔단다.

각 가정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적힌 포스트카드를 받았다.

손 자주 씻으라느니, 10 사람 이상 모이지 말라느니, 젊은 사람도 위험하니 바깥출입을 삼가 달라 등

다 아는 소리지만 열거해 놓았다.
여기서 몇 가지 걸리는 말이 있는데
“몸이 아프거든 일하러 가지 말고 집에 머물러라.”
“만일 아이가 아프거든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늘 다니던 의료인에게 문의하라.”
“노인이나 집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사람은 집에 머물러 있어라.”
“집 식구 중에 누구라도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받았거든 가족 모두 집에 머물러라.”
모두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말만 했지 어디서 치료해 주겠다는 말은 없다.
하루에 1만 명씩 확진자가 폭등하는 마당에 증상이 있어도 집에 머물라는 말만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믿어도 되는지……

가까운 곳에 검사소가 있기는 하다만 줄 선 사람들을 거의 다 집으로 돌려보내는 현실이다.
검사킷이 하루에 270명분뿐이어서 더는 못한단다. 어떤 때는 오후 1시면 거덜이 나고,
어떤 때는 5시까지 가지만 선별해서 검사해야 하는 실정이다.
조기검진이 불가능한 마당인 것으로 보아 집에서 머물다가 죽으라는 말 같아서 사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하루에 확진자가 1만 명이 넘는데도 완치됐다는 소리는 안 들리고 사망이 1200명이 넘었다는
말만 들린다.

오후에는 2주 만에 차를 몰고 가까운 거리로 나가보았다.
크게 변한 것은 없고 전처럼 차량 행렬이 바쁘게 달린다.
식당, 이발소, 손톱, 커피점 같은 소상점들만 문을 닫았다.
쇼핑센터에 자리 잡은 맥도널드가 드라이빙 스루가 없어서 문 닫은 게 특이할 뿐
다른 서브웨이, 팝아이 등은 드라이빙 스루가 없어도 문을 열고 투고로 팔고 있다.
TV 뉴스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폭락했다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찔끔 내렸을 뿐 여전히
그 가격 그대로이다.

아직 변화를 기대하기는 이르지만 변화가 있기는 있을 모양이다.
실업자 수당 신청이 30% 증가했다니 살기 팍팍해질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급해서 부활주일에는 격리를 풀겠다고 말하는데
듣는 사람들 모두가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들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자택 격리의 또 하루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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