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격리 5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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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일대 6개 카운티에서 자택 격리 명령이
내려진 이래 대부분 지역이 차례로 같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식료품과 약품을 구하기 위한 목적 이외의 외출은 제한되고 있고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은 문을 닫은 상태다.

자택 격리 5주째로 접어들면서 답답하고 따분한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들은 하루에 두 번씩 운동 길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해소된다.
그러나 머리가 길어졌는데 깎아야 하는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머리가 얼마나 자랐나? 덥수룩하다 못해 귀를 덮을 정도다.
엄지와 검지로 뒤통수 머리를 잡아보면 풍성하게 잡힌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아무리 연구해 봐도 답이 없다.
막내 사위도 머리 깎는 데 없느냐고 물어보며 다니더니 근래에 들어 잠잠한 것이
어느 비공식으로 깎는 곳을 찾았나 보다.
비밀스러운 곳이 분명해서 쉬쉬하는 분위기인데 거기다가 대놓고 비밀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나만 고민이겠는가?
방송에서 자택 격리에서 살아가기 위한 이런저런 팁을 가르쳐 준다.
사람들이 이발 기계, 수염 다듬는 기계, 염색약을 많이들 구입한단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미용실을 비롯한 서비스 업종이 문을 닫다 보니 머리 손질을

직접 하기 위해 관련 용품을 구입하고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낼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코비드19로 바뀌는 미국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품목을 매주별로 보면 3월 첫 주엔
손 세정제와 마스크 위생용품의 구매가 급증했다.
손 세정의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가 늘었고 뿌리는 살균 제품 판매는
거의 4배로 늘었다.
3월 두 번째 주엔 화장지가 동나기 시작했다. 화장지 사재기에 나서면서 제조업체가 24시간
가동에도 물량을 대지 못했다.
세 번째 주와 네 번째 주는 빵 굽는데 들어가는 이스트 판매가 크게 늘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서 각각 647%와 457% 증가했다.
이 시기에는 햄 판매도 6배 늘었다.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게 되면서 아예 집에서 빵을 굽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4월 첫 주에는 이발 기구와 염색약 판매가 166%와 23% 늘면서 집에서 이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은 늘 변한다.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세상이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이발도 변화를 모색 중이다. 혼자 머리를 깎든, 아내나 친구가 깎아 주든,

아니면 이 틈에 아예 장발족이 되든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이 급진적인 자기 스타일 수용을 실천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나 자신이나 이발이나 다른 방법으로 약간의 자기 변화를 시도할 때다.

나도 혼자 머리를 깎아 볼까도 생각해 보았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전기면도기로 ‘셀프 이발’에 도전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살짝 갖다
댔는데 ‘윙‘ 소리와 함께 머리가 훅 잘려 나갔다. ’망한 머리‘ 사진들을 보여준다.
좌우대칭이 안 맞는 건 물론 조금씩 더 다듬다가 아예 삭발이 돼 버린 사진.
사진만 봐도 겁난다.

최근 미국에는 ‘실시간 화상 이발 레슨’까지 등장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이용실은 50달러를 내면 45분간 화상 통화로 머리 깎는 방법을 특강한다.
홈 페이지에서 날짜, 시간을 예약하고 카드로 결제하면 ‘원격 이발’로 코치해 준다.
“빗을 왼쪽으로 좀 더 움직여 보세요. 머리에 대고 수직으로 세운 다음……
네, 지금 자르세요. 좋아요“ 라고 알려 주는 식이다.

이 시기가 끝나면 우리 모두 아니 사회 전체가 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변하고 인생은 그저 다르기 때문이니까.
나의 삶과 이발은 코로나바이러스 이전과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장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변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않으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 변해 있을지!!!!

 

 

2 Comments

  1. 데레사

    2020년 4월 23일 at 3:18 오전

    처음으로 댓글 달아 봅니다.

    이발하는법 돈내고 하시지 말고 유투브에 가면 여럿 소개되고 있으니
    유투브에서 무료로 배우세요.
    한국에서도 요즘 집에서 남편 머리 잘라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반대로
    남편이 부인 머리 잘라주기도 하고요.
    미장원이 문 닫은건 아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지키느라 사람 모이는곳을
    안가니까 이런 일들이 생깁니다.

    몇번만 해보시면 선수되실 겁니다.
    저도 아이들 어릴때 제가 잘라 주었는데 빗처럼 생긴 칼도 있어요.
    그걸로 빗기기만 해도 머리가 잘라지는데 제법 괜찮더라구요.

    머리깎기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2. silhuette

    2020년 4월 27일 at 7:01 오전

    자택 격리로 집에만 있어야 하고 사람을 만나도 안 되니
    머리가 길어도 그냥 버티는 겁니다.
    익히 알고 지내는 이름이네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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