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쓰고 싶어도 쓸데가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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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미세스 휄슨은 이혼녀다.
부동산 부자와 살다가 이혼 했으니 위자료 꽤나 받았을 것이다.
그녀가 돈 쓰는 거 보면 짐작이 간다.
미용사가 집에 출장 와서 머리해 주고, 꽃집에서 매주 직접 와서 새 꽃으로 바꿔주고 간다.

하우스크리너는 물론이려니와 가드너도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와서 무슨 청소를 그렇게 오래 하는지

깔끔히 치워주고 간다.
오늘은 아침에 단골 페인터 세 명이 와서 담장을 흰색 페인트로 칠하는가 하면 집밖에 달린
하우스 라이트를 뜯어 내려놓고 분해해서 닦는다.
가끔씩 트레이너가 들러 개인 운동을 지도해 준다.
아니면 고급 폴쉐를 끌고 오는 트레이너가 애인인지도 모른다.
미세스 훨슨은 돈은 많은데 쓸데가 없어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마구 뿌리는 것처럼
보인다.
아들이 둘인데 큰아들은 우리 막내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결혼해서 따로 살면서 오륙 개월에 한번 들릴까말까 한다.
한번 들리면 오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몇 시간 머물지도 않고 가버린다.
손주들도 있건만 손주 봐주는 것도 못 봤다.
아무튼 돈 쓸데 좀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며 사는 사람 같다.

누님은 한국 노인들과 어울리면서 산다.
팔십 중반이 다 됐지만 운전을 쌩쌩하고 다니니까 노인들 사이에선 인기다.
친한 할머니는 89세이지만 누님보다 더 팔팔하다.
일 년이면 서너 차례 죽세가 맞아서 여행을 다녔는데 금년들어 코비드19 때문에
예약해 놨던 여행까지 취소가 되었고, 집콕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돈 쓸데가 다 막혔는데 정부에서 1,200 달러 부양책 돈도 들어왔다.
노인들을 위한 점심이 한인회에서 배달되지, 갈 곳 없으니 돈 쓸 곳도 없지,
돈은 많은데 쓸데가 없다고 걱정이다.
유일하게 친구들과 음식점 드나드는 게 취미였는데 그것도 못하지, 쇼핑 몰에도 못가지
하다못해 미장원출입도 금지되어 있으니 정말 돈 쓸데가 없다.
그것도 모르고 트럼프 행정부는 7월에 또 한 차례 돈을 주겠다니……
세상에 살다보니 별 희한한 세상도 다 보겠다.

친구가 아내 죽고 혼자 산다. 큰 집에서 덜렁 혼자 살면서 돈은 많다.
30년 전에 내가 알선해 줘서 한국에 사놓은 주식이 꽤 있고, 아내가 죽으면서 주고 간
생명보험도 있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결혼해서 몬트리올에서 산다.
며느리가 미국 여자여서 마음을 주고받을 수도 없다.
지난번 전화 통화할 때는 내가 말해 주었다.
“니가 젊어서 말하지 않았니. 돈도 쓸 나이가 있는 거지, 다 늙은 다음에 돈 가지고 뭐하느냐? 그랬잖니.

지금 네 아들이 바로 돈 쓸 나이다. 돈 한창 필요로 하는 나이인데 지금 줘야지 너 죽을 때까지 기다리고 나면

아들도 육십이 넘을 텐데 그때 돈 갖다가 뭐하겠니?”
“그러지 않아도 아들에게 물어 봤는데 돈 필요 없대, 쓸 만큼 버니까 필요 없다는 거야.”
참 돈이 있어도 쓸데가 없는 신세가 되다니……

그렇다고 도네이션하리만치 인격이 성숙한 것도 아니고, 남들처럼 알뜰하게 모은 돈인데
함부로 허트게 쓸 수도 없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쓰려고 하는데 코비드19는 그것마저 훼방 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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