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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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동네를 한 바퀴 걷다 보면 사람들을 만나는데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서로 피해 가면서 내가 당신을 피하는 까닭은 싫어서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낸다.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준다.
어쩌다가 야생 사슴을 만났다. 뿔이 아직 덜 자란 걸 보면 어린 사슴 같다.
어떤 때는 어미 노루가 새끼를 데리고 다닌다. 어린 노루는 겁이 많아서 얼른 숨어버린다.
사슴이나 노루는 귀가 어른 가죽 장갑만큼 크다.
커다란 귀를 거의 360도 돌리는 재주가 있다. 사슴이나 노루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오로지
귀뿐이다.
땅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먹을 때면 귀가 등 뒤에서 나는 소리를 듣기 위하여 뒤쪽으로 바짝
세운다. 멀리서 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커다란 귀를 안테나처럼 돌려댄다.
소리를 듣고 먼저 알아차려야 빨리 도망칠 수 있기 때문에 귀가 유난히 크고 발달해 있다.
멀리서 바스락대는 소리만 나도 고개를 번쩍 들고 살펴본다. 도망가야 할 것인지 그냥 남아 있어도 되는지

판단하려는 눈빛이 날카롭다.
자신을 해칠 사람이 아니라는 것으로 판단되면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평화로 먹이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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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상한 팻말이 꽂혀있는 집이 눈에 띈다. 집주인이 세상 물정에 민감한 사람 같다.
팻말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6가지 사항을 믿는다.
첫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둘째 오직 사랑이다.
셋째 과학만이 진실이다.
넷째 여남 동등이다.
다섯째 미국에 불법 체류자는 없다.
여섯째 친절이 나의 전부다.>

자신의 속마음이 이렇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누가 알겠는가?
마음을 잘 표현해서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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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이기는 해도 정원에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있는 것이 동네를
한층 운치 있게 만드는 소나무였다.
벌목꾼이 맨 위에서부터 조금씩 베어내더니 드디어 밑동에 다다랐다.
나무꾼이 사용하는 전기톱은 어찌나 날이 썬지 굵은 나무도 톱날을 들여대면 금세 동강이
난다.
백 년은 됨직한 소나무를 한나절 만에 베어버리다니, 참으로 사람은 인정사정없는 잔인하고 고약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한 달 넘게 오는 폭우에 피해가 엄청나다는데, 사망과 실종이 줄을 잇는데,
캘리포니아는 매일 해가 쨍쨍 나니 햇볕을 받으며 걷는 것도 죄스럽다.
한국과 캘리포니아가 비 반, 햇볕 반씩 나눠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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