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로 번지는 캘리포니아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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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캘리포니아 산불리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도로가 연기에 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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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뒷마당에서 바라본 야산이 연기로 보이지 않는다.

 

밤에 천둥 번개가 쳤다.
천둥 번개가 치는 바람에 새벽 3시에 깼다.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고 하늘이 잘못됐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번갯불이 번쩍이는가 하면 곧이어 쿠르룽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칠흑같이 깜깜한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면서 천둥이 친다.
그냥 천둥 번개가 아니고 매우 요란하게 쳐대는 바람에 덜컥 겁이 난다.
번개와 천둥소리는 간격을 두지 않고 연속으로 치며 소란을 피우더니 비를 몰고 와서
뿌려댄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지나가는 비처럼 내렸다.
땅에는 바람이 없지만 구름이 날아가는 거로 봐서 높은 하늘에는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폭풍이 부는 것도 아니었다. 바람도 없이 번개가 번쩍이는 건 처음이다.
8월도 중순이 넘었는데 캘리포니아에 비가 온다고?
소가 다 웃을 일이다. 하지만 분명히 비가 온다.
천둥 번개는 잠시 후에 끝나는 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쳐대면서 비를 뿌렸다.
나는 캘리포니아에 오래 살았지만, 여름에 비가 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것도 8월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온다는 건 정말 기절초풍할 일이다.
천둥 번개는 동이 트는 아침까지 게속 됐다.
날이 밝고 나서야 그쳤으니 적어도 4시간 동안은 천둥 번개가 이어졌을 것이다.

지난 며칠 동안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드디어 천둥 번개를 몰고 온 모양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천둥 번개란 귀한 존재인데 이번에는 넘치도록 보여주었다.
TV 뉴스의 톱 뉴스는 당연히 날씨 이야기였다.
앵커는 흥분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단다. 정말 그렇다
아침 뉴스에 갑작스런 번개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들을 보여준다.
고목들이 넘어지고 집이 무너진 걸 보여주는 건 뉴스도 아니다.
번개는 바짝 말라 불쏘시개 같은 검부쟁이 야산에 불을 지피고야 말았다.
북캘리포니아 산불이 난 곳이 20여 군데는 된다.
여기저기 산불로 야단법석이다.

번개가 친지 이틀째 되는 날, 아침에 일어난 아내가 말했다.
가랑잎 타는 냄새 때문에 잠을 못 잤단다.
아닌 게 아니라 연기가 뿌옇게 끼어있는 게 안개 낀 아침 같다.

안개가 아니라 연기라는 것을 금세 알겠다.
산불이 뿜어내는 탄내가 고스란히 실려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냄새에 둔감한 사람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니 산불 냄새는 온 동네에 퍼져있다.
해는 났지만 먼 산은 연기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공기가 뿌옇고, 탁해서 숨쉬기조차 힘들다.
우리 집 근처에서 난 불은 아니지만, 우리 집에서 100마일은 족히 떨어진 배커빌, 나파,
산마테오, 산타크루즈에서 난 산불이다.

바람도 없는데 연기가 여기까지 몰려왔다는 것은 산불이 대단하다는 증거다.
돌이켜 보면 폭풍이 없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강풍이 동반되었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으리만치 커졌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소방관들은 무더위 속에서 산불 끄느라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방 헬기 한 대가 추락하면서 조종사가 순직했단다.
TV에서 공기가 좋지 않으니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집안에만 있으란다.
집에만 있으라는 것도 좋지만 냉장고 문을 자주 열었다 닫았다 하지 말란다.
무더위에 전기 공급량이 모자라서 그렇단다.
세탁기도 돌리지 말란다.
무기력하게 나무 위에서 낮잠만 자는 코알라처럼 눈만 껌벅대며 시간을 보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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