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상에 올라온 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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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에 굴비구이가 올라왔다.

프라이팬에 어른 손가락 두 개를 합쳐놓은 것만 한 크기의 굴비가 네 마리다.

작고 어린 굴비를 보자마자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걸 굴비라고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과 사람들이 참 못돼먹었다는 생각이 겹친다.

나는 아내를 보고 왜 요런 굴비를 사 왔느냐고 했다.

이렇게 팔아 주니까 어부들이 새끼 조기를 마구 잡아 오는 게 아니냐고 했다.

새끼 굴비를 보면서 안타까워 먹지 못했다.

 

원래 굴비는 어른 손바닥만큼 크고 통통해야 먹음직스럽다.

내가 어렸을 때는 굴비를 두름으로 사서 걸어놓고 한 마리씩 꺼내 식칼로 비늘을 긁어

털어낸 다음 구워 먹었다.

한여름 점심때 찬밥을 물에 말고 굴비 한 조각 쭉 발려서 얹어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오죽하면 굴비가 밥도둑이라고 했겠는가.

그런 굴비만 보다가 요즈음 시장에 나타난 새끼 굴비를 보면 요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두었다가 자란 다음 잡았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다.

어부들이 새끼고 뭐고 돈만 된다면 잡아대는 몰염치한 행위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시민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린 고기는 잡지 말아야 했고, 설혹 잡아다 팔려고 해도

팔아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 아내와 함께 굴비로 유명한 영광엘 갔었다.

짚 대신 나이론 끈으로 엮어서 말리는 조기가 가는 곳마다 눈에 띄었다.

과연 영광이구나 할 정도로 굴비 말리는 집이 많았다.

온 도시가 몽땅 굴비 투성이였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 많은 조기가 참조기가 아니고 부세인가 부서인가라고 한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부세가 뭔가 했다.

부세는 조기 사촌쯤 되는 물고기란다.

내가 보기에는 그게 그거처럼 보이는 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참조기는 이마가 삼각형 식으로 도드라졌고 색깔도 다르고 뭣도, 뭣도 다르단다.

부세는 중국에서 들여와 영광에서 말린다고 했다.

중국에서 양식을 해서 다량으로 기른다나 뭐라나…….

다만 영광의 해풍이 특별나서 영광에서 말려야 굴비 맛이 난다고 해서 중국산 부세를

산더미만큼 들여다가 말리는 중이었다.

 

내가 보기에 부세나 조기나 그게 그거 같고 맛도 그게 그거 같았다.

그렇다면 구태여 새끼 조기를 잡아서까지 굴비 맛을 보려고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미 부세를 조기나 굴비 대신 먹고 있는 마당인데.

차라리 정부에서 법을 만들어서라도 작은 조기는 못 잡도록 규제해야 하지 않을까?

어족 자원 보호도 그렇고 어린이들 교육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새끼 조기만 보고 자란 아이들은 조기는 다 그런 줄만 알 것이 아니냐.

어떻게 된 국회가 작은 조기 금지법처럼 실생활에 적용되는 법은 만들 생각도 안 하고

쓸데없이 휴대폰 비밀번호 대지 않으면 처벌하는 그따위 법이나 만들겠다고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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