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사유리(41)의 아빠 없는 아이

IMG_200-0-6 (3)

 

방송인 사유리(41)의 아빠 없는 아이

방송인 사유리(41세)씨의 아빠 없는 아이 출산이 사회 이슈화 되고 있다.

이 문제가 지금에서야 불거져 나타나는 것은 매우 늦은 감이 있다.

사유리씨가 아니였다면 아직도 문제가 이슈화 되지 않고 쉬쉬하고 있었을 것이다.

미혼모든 비혼모든 그들의 출산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여성의 권리인 동시에 인간의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윤리나 도덕이 자연 질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을 막아설 수는 없다.

 

나는 일찍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3년 전에 소설로 써 놓았다.

3년을 묵혀 두었다가 지난 9월 책으로 펴냈다.

소설집 ‘유학’ 중에서 ‘미륵’이라는 소제목에 들어 있는 소설의 한 부분을 발췌했다. (소설집 ‘유학’ 교보문고에서 판매)

 

<최근에야 알게 되었는데 딸이 다니는 실리콘 밸리구글 회사에서 여직원들에게 가임 기간

연장을 위해난자를 냉동시키는 비용을 대신 지급해 준다는 것이다. 난자 냉동 비용은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대략13,000~19,000달러를 지불해야 하고 거기에다가 매년800달러씩 보관료를 따로 내야 한다.

난자 냉동 제도 는 여직원에게 하나의 새로운 혜택인 데다가 회사에서체외 수정에 드는 비용까지 지급해 주겠다니

이는 대단한 특혜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이 내게는 회사가 일하는 여성을 묶어놓기 위한 달콤한 유혹처럼

들렸다. 한번은 딸을 만나러 구글 회사에 갔다가 점심을 같이한 일이 있는데 회사는

여러 군데 캠퍼스로 나뉘어 있으면서 5 개가 넘는 구내식당은 모든 메뉴가 다 달랐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만 골라 먹고, 식사가 끝나고 2층 카페로 올라가 커피를 마셨다.

이 모든 것이 공짜여서 맛이 곱절로 좋았지만, 이런 혜택을 왜 거저 주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딸은 회사의 숨은 의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식사 후에는 회사 투어를 시켜 주는데

인테리어를 봐서는 회사 같은 분위기라기보다는 어느 카페테리아에 온 듯했다.

곳곳마다 쉴 수 있는 공간과 극장, 체육관, 게임룸, 마사지실 등 없는 게 없었다. 세상이 좋아진 걸까?

아무튼, 요즈음 젊은이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일한단다.

 

딸은 회사의 꼬임에 넘어가 난자 냉동을 해 놓은 지 오래됐다고 했다. 난자 냉동 제도를

내 딸이 활용하고 있다니 어딘가 꺼림칙한 생각이 들면서 체외 수정이 뭔지,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딸은 아기를 낳겠다면서 퇴직금이랑 20년짜리 연금을 받게 되기까지 기다리느라고 출산이 늦어지는 거란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행복을 찾아갈 권리가 있다. 늦게나마 아이라도 낳겠다니 다행이기는 하다만, 걱정이 앞서서 물어보았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사람의 생명을 잉태하는데 난자를 얼렸다, 녹였다 해도 괜찮다는 거냐?

거기에다가 체외 수정까지 한다며?

염려할 것 없어요, 약간의 리스크는 있어도 문제가 될 만한 건 아니에요.

아무려면, 부작용 없는 게 세상에 어디 있겠니?

, 임신 후에 두통이 올 수도 있고, 가벼운 조울증 정도? 아니면 홍조 현상 같은 거예요.

딸은 남의 일처럼 별것 아니라고 말했다.

아이는 정상이라고 하디?

정상이 아니면 뭘 기대하세요?

기대한다기보다, 사람다운 사람이냐는 거지.

걱정하지 마세요, 한 가지 염려되는 건요, 어쩌면 세쌍둥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거지요.

?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세쌍둥이, 네쌍둥이가 나오면 어떻게 하니?

그럴 확률은 매우 낮으니까 그것도 염려 마세요.

그러면 정자는 어디서 구한다디?

그건 가장 똑똑하고 남자다운 백인의 것으로 주문해 놨어요.

왜 하필이면 백인이야?

딸은 내가 묻는 말은 무시한 채 자기 말만 했다.

제 나이에서 성공률은 23~27%에 불과하대요. 그러니까 각별히 조심해야지요.

안정적으로 편안한 마음을 지녀야 해요.

더는 묻지 말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생명은 아름답다. 누구도 한 생명의 기회와 성장, 행복을 빼앗거나 방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녀 사랑의 결실이 아이인데 사랑 없이 태어난 아이의 인성이 정상일까 하는

우려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하물며 아빠없이 낳은 아이의 정서가 과연 괜찮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아무리 과학만을 내세우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생각을 과학이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윤리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고귀한 한 생명의 존엄성을

이토록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지. 만일 아이가 성인이 된 다음에 정자 제공자를 찾아

나선다면 어찌하겠는가?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아낸 다음 책임을 묻는다면 이런 낭패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참담한 마음이 앞선다. 딸은 아무 걱정 없어 보였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정자 기증에 관해 인터넷을 들추다가 여러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똑똑한 백인의 정자를 선호하는 여성들이 많은 관계로 정자은행은 똑똑한 백인

남자의 정자를 돈을 주고 사들인 다음 원하는 여성에게 비싼 가격에 공급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한 산부인과 의사는 불임 환자를 위한 인공수정 시술에 자신의 정자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가 50명도 넘는다는 기사도 나를 놀라게 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가족을 그리라고 하면 자리 하나가 비어있는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아이는 청소년이 되면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버지란 자를 만난 적도 없고,

그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고, 그의 사진을 본 적도 없다. 그의 이름도 모른다.

엄마는 그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전혀 이야기해 준 적이 없다. 아이는 아버지를 찾고 싶은 잠재의식에서

자신도 모르게 TV나 컴퓨터 화면에 떠오르는 남자들의 얼굴을 눈여겨본다는 것이다.

혹시 내 얼굴을 닮은 남자는 없을까 하고.

이런 실례들은 아이의 앞날이 무섭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도 남았다.

 

중간 생략

 

아버지를 정말 몰라도 되는 건지, 그래도 대강은 알고 있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가짜 인물이라도 내세워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살다보면 종종 부모의 이름을 적어야 하는 서류가 있기 마련인데, 아버지 이름을 적어야 하는 빈칸에다가 뭐라고

적어야 할 것인지 내가 다 답답했다. 어쩌다가 내 딸이 성모 마리아도 아니면서 동정녀가 아이를 낳게 되었는지 믿기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사랑의 결실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인데, 사랑 없이 인위적 조작으로 성공했다고 할 때 결코 이생명은

완벽에 가까울 뿐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앞이 깜깜했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고 일 년도 되기 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 없이 살아온 나로서 아버지가 없어도 세상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놀림은 받았을망정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면서

마음 든든하게 살았다.

지켜봐 주는 아비는 물론이려니와 지켜봐 주지 못하는 아비일망정 그 자체만으로도

고귀한데, 하물며 흔적조차 없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무섭다. 살면서 겪어봐서 아는 거지만, 처음 가는 길은 늘 두렵기 마련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가늠할 수밖에 없는 건데, 과거가 없는 세상은 안개에 싸여있는 논두렁길 같다.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아기가 두려운 게 아니라 앞날이 무서운데, 무서우면서도 좋은 건 왜일까?>

 

사유리는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4일 아들을 출산 했다. 앞으로 아들을 위해서 살겠다”고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의사로부터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혼 임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사유리는 일본의 한 정자은행에 보관된 누군가의 정자를 기증받아 건강한 아들을 출산 했다.

구태여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아기가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국내에서는 비혼은 물론 미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 없다.

지금이라도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