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의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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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못 오던 막내딸네가 일 년 만에 왔다.

나는 오늘이 화이자 2차 접종 맞은 지 2주째 되는 날이다.

2차 접종 2주 후부터는 포옹을 해도 된다는 방역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딸은 내가 백신 맞은 지 2주가 됐다는 걸 어떻게 알고 왔는지!

막내딸네는 지난 2월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었다.

자가 격리하면서 음성으로 돌아섰다.

그래도 그렇지 코로나에 걸렸던 가족이 몽땅 할머니 할아버지 집을 방문하다니!

아무리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아무리 2차 예방 접종을 마쳤다 하더라도 그렇지

과학적으로는 안전하다 할지라도 심리적으로는 아직 멀었는데…….

아내가 오지 말라고 말렸는데도 차를 밖에 세워두고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며

stop by 하겠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셋이나 되는 아이들을 어떻게 차속에만 있으라고 할 수 있는가.

싫든 좋든 상관없이 모두 들이닥치고 말았다.

아직 돌이 안 된 아기를 처음 안아보았다.

처음에는 안 오려고 찡찡대는 걸 한 번 안고 얼러대면서 얼을 뺏더니 할아버지에게

안겨있어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가만히 있다.

그다음부터는 그냥 눌어붙어서 놓지 않으려든다.

아무리 어려도 손자는 손녀와 달라서 인형을 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장난감 휴대전화를 줬더니 가지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

사내아이는 저 노는 게 따로 있어서 지가 가지고 노는 걸 뺏으면 울음보가 터진다.

끝일 줄 모르고 울어댄다. 누군가 편들어 줘야 그제서 끝인다.

 

일 년이나 안 봤더니 손녀도 많이 컸다.

둘째 손녀는 크기도 많이 컸지만, 말도 잘한다. 거기에다가 먹기도 많이 먹어서

밥 먹고 텐 주린 먹고 치즈 까먹고 그리고 바나나 한 개를 다 먹는다.

배가 아프다면서도 자꾸 먹는다. 크려면 먹어야 한다는 간단한 이치다.

아이들을 포옹해 주는 게 얼마 만이냐.

코비드 19 때문에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지 곡 일 년이다.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카톡을 통해 접촉하고 아침에 동네 한 바퀴 걷고

저녁에도 한 바퀴 걷는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글을 쓰고 성취감을 얻는다.

그렇다고 해도 실질적인 사람과 접촉이 없어서 정서적으로 소외감과 불안감, 스트레스도

싸인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입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포옹에 굶주린 우리는 지난 주말에 일부러 멀리 식료품을 사러 간다.

식료품 가게가 있는 동네에 아들네가 살고 있어서 가는 길에 들러 손자들도 본다.

전에는 멀리서 보고 손이나 흔드는 식이었는데 지난번에는 포옹을 해주었다.

설혹 마스크는 했을망정…….

이게 다 백신 덕분이다.

포옹하면 옥시토신분비가 활성화되면서 사랑과 신뢰 감정을 높여준다.

옥시토신은 인간관계를 맺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오늘은 막내딸네 손녀 손자가 집에 들르는 바람에 굶주렸던 포옹이나마 실컷 해줬다.

딸이 그러는데 손녀더러 할아버지 집에 가자고 했더니 할아버지 집을 모른다고 하더란다.

일 년 동안 왕래가 없다 보니 아이들은 다 잊어버린 모양이다.

 

어린아이의 정서 발달에 부모와 조부모의 포옹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잘 안다. 그와 마찬가지로 노인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손자 손녀와 접촉하고 포옹하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들과의 포옹은 그냥 인사 정도여서 환영과 친밀 그리고 신뢰를 의미하지만,

어린 손자 손녀와의 포옹은 사랑이 깃들어 있어서 포옹해 주는 사람도 확실히, 충분히

포옹한다. 포옹을 받는 손자 손녀도 진심 어린 사랑을 느끼기 때문에 매우 행복해한다.

행복하다는 표정이 얼굴에 가식 없이 나타난다.

코로나 19 백신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 장벽을 무너트려 관계를 회복 시켜 주다니…….

과학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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