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인천 공항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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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출발하는 비행기는 대한항공뿐이었다.

코비드 19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공항이 한산하다 못해 텅 비었다.

식당이란 식당은 다 닫았고 선물가게도 책방도 심지어 공항 로비에 진열하는 뮤지움도

걸어 잠갔다.

대한항공 기내는 더욱 한산했다.

보일 787-900 기종의 이코노미 풀러스의 좌석 수가 135석인데 겨우 15명이 타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빈 좌석이 하나도 없어야 하는 건데 오늘은 텅텅 비었다.

IMF 당시에도 잠깐 손님이 없어서 좌석이 텅 빈 적이 있기는 했어도 지금처럼 일 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빈 비행기로 날아다닌 예는 없었다.

연료비도 안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간격을 둘 필요도 없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앞으로 네 줄, 뒤로 네 줄은 완전히 비어있으니까.

불과 15명의 승객이 앉아 있으니 승객보다 승무원이 더 많다.

스튜어디스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단단히 무장했다.

비닐로 된 반투명 바바리코트를 입었고, 비닐장갑, 마스크에다가 투명 비닐로 된 큼지막한

안경도 끼고 있다.

승무원 4명이 승객 15명의 식사를 써브해 주다보니 이건 일도 아니다. 놀고먹기다.

빈 비행기로 날기에는 너무 가벼워서 그랬는지 한 시간이나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 공항에 들어오면 입국 수속부터 해야 하는 건데 법무부 입국 심사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코로나 방역 검사부터 한다. 방역 검사가 법무부 입국 심사보다 더 철저해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작성해야 하는 서류도 많다.

똑같은 서류에 자신의 신상을 반복해서 적다 보니 짜증이 날 지경이다.

비행기 탑승 72시간 이내에 코비드 19 PCR 테스트 받은 증서부터 확인했다.

확인 후에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가 발행한 ‘PCR 제출자란 스티커를 여권 겉장에 붙여주었다.

PCR 서류에서 음성을 확인하고도 못미더워서 귀를 통한 발열 체크도 했다.

미심쩍은 사람들은 한쪽에 가림막을 쳐 놓은 급조된 검시소에서 즉석 검사를 받는다.

가림막 안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았다. 코로나 테스트를 받느라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갖출 것 다 갖추었다는 이유로 무사히 입국 수속을 마쳤다. 다행인 것은 방역 당국에서

지정해 주는 격리 시설로 가는 게 아니라 자가 격리로 정해졌다.

휴대폰에 자가 격리 앱을 깔아줘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와 짐을 챙겼다.

 

짐을 담은 카트를 밀면서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방역 요원이 막아섰다.

입국 2주 동안 국내 어디서든 내국인과 접촉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방역 요원들이 승객이 타고 가야 할 차량을 정해주는데 집에서 픽업하러 나온 차량이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방역 감시에 등록된 차량만 이용해야 한다.

 

방역 요원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물었다. 경기도 고양시라고 말해주었다.

이번에는 택시를 탈 것이냐 아니면 버스를 탈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지참금이 충분치 않아서

버스를 타겠다고 했다.

버스 스케줄을 찾아보던 방역 요원이 버스는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온단다.

실제로 인천공항에 정규 시내버스나 리무진 버스는 운행이 중지 된지 오래다.

특별히 방역 당국에서 운행하는 방역 버스만 다니는 실정이다.

할수 없이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도 종류가 여러 가지였다. 일반택시, 모범택시, 대형택시, 고급택시가 있는데 고르라고

한다. 작은 칸막이 대합실에는 택시 기사들이 둘러앉아 호명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택시를 선택했더니 택시기사가 걸어 나온다.

택시 기사를 따라 택시 타는 곳까지 가면서 입국장을 둘러보았는데 사람이 없어서 텅 비었고

각 지역으로 흩어져 가던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가 한 대도 없다.

그야말로 북한의 순안 공항보다 더 텅텅 비어있다.

택시 기사는 그냥 나와 동행하는 게 아니라 외국에서 입국한 내가 내국인과 접촉하는 것을

감시도 했다. 방역 택시 안은 투명 플라스틱으로 칸막이를 해 놔서 운전사와 접촉을 차단해

놓았다. 몇 년 전 영국 런던에서 택시를 탔더니 운전석과 승객석을 투명 프라스틱으로 칸막이를

해 놓았던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에 인천공항에서 탄 광역 택시도 그와 같았다.

택시가 오피스텔 앞에 서서 택시 기사는 내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한 다음에야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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