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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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이나 비워뒀던 오피스텔은 컴컴하고 괴괴한 게, 마치 백제 무열왕릉을 발굴할

때처럼 사물이 흩어져 있었다.

새벽 4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수속하고 집에 오는데 4시간여 걸렸다.

아침 9시에 고양시 보건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오전에 가까운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으란다.

그러면서 주의사항이 따랐다. 어떻게 보건소에 갈 것인가 묻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안 되고, 택시를 타려면 반드시 방역 택시를 타야 한단다.

방역 택시는 많지 않아서 전화로 예약하고 오래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고 했다.

결국 운동도 할 겸, 비 오는 길을 걸어서 가기로 했다.

전철로 한역이어서 걸을 만 한 거리다.

이번에는 휴대폰에 앱을 깔아준 공항 검역 요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매일, 수시로 앱에 자가 진단 항목이 뜨니까 반듯이 체크해서 보내달란다.

어디서 걸려오는 전화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두 나를 감시하는 전화들이다.

나는 화이자 백신도 맞았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남들은 내가 몹쓸 전염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철저하게 무장하고 대한다. 이젠 만나기조차 싫은지 전화로 지시만 내린다.

하라는 대로 하기는 한다만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다.

 

일산동구 보건소가 있는 마두역까지 걸어갔다.

가는 도중에 아무 데도 들려서는 안 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도 말고 직행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들었다.

검역소는 하늘만 가린 텐트로 보건소 옆 가든에 차려있었다.

비닐장갑을 낀 것도 모자라서 세정제로 비닐장갑 낀 손을 씻으란다.

그다음에 서류 세 장을 주면서 기입하라기에 볼펜을 들었다.

이건 뭐 똑같은 이름, 생년월일, 성별, 주소를 반복해서 써야 하는 지루한 작업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보건소 검역원들이 숙달되어서 노련하고 철저했다.

테스트를 받는 사람들이 나만 빼놓고 모두 젊은이들인 게 이상하게 보였다.

한국에서 노인들은 코로나에 안 걸리고 젊은이들만 걸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궁금해서 검역 요원에게 물어보았다. 젊은이들은 무엇 때문에 검사를 받는가?

휴가 나온 군인들이 복귀하기 전에 코로나 테스트 결과를 가지고 부대에 복귀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마치 미국에서 한국에 입국하려면 코로나 테스트 음성확인서를 소지해야 하는 것처럼.

 

코로나 테스트를 받기 위해 미국에서는 큐팁을 코 깊숙이 넣는데, 한국에서는 코로 하는 검사와

입안 깊숙이 넣는 검사 두 군데서 바이러스를 채취하는 게 더 철두철미하게 테스트하는 것 같았다.

테스트 결과는 2~3일 후에 휴대폰으로 알려 준단다.

그러면서 고급 선물 봉투에 든 선물 한 보따리를 준다.

선물 봉투에는 소독약과 분무기, 세정제, 일회용 온도계, 마스크 그리고 견과류도 들어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오후가 되니까 전화벨이 울리는데 생판 들어보지 못한 가늘고 긴 새로운

소리다. 웬일인가 받아 보았더니 자가 검진 보고를 하라는 경고음이었다.

빨간 불이 들어와 있어서 문항을 보니 1. 열이 나는가? , 아니요, 2. 체온이 몇 도인가?

  1. 기침이 나는가? 4. 목이 아픈가? 5. 호흡이 곤란한가?

답을 해 주면 파란 불로 바뀐다.

얼마 후에 전화가 또 왔다. 이번에는 격리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다.

며칠 내로 선물 택배가 갈 것이란다. 선물이라니?

식품류를 보내주겠단다.

선물이랍시고 보내주면서 격리하는 장소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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