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 3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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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자가검역 진단은 오전 오후 두 번 연락이 왔었고 어김없이 오후 3시경에는

자가격리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 감시받고 있다고 해서 기분 나쁠 것도 없다.

오후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택배 물건을 문 앞에 놓고 간단다. 택배원도 코로나 보균자인지도 모르는 사람과는

대면도 하기 싫다는 식이다.

놓고 간다고 문자를 보낼 게 아니라 돌벨이라도 눌러주고 가면 어디 덧나나?

문을 열고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커다란 박스가 놓여있다.

집어 들으려 했으나 무거워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가 들었기에 이리 무거운가?

끙끙대면서 질질 끌고 집안에 들여놓았다.

어디서 왔나 보낸 사람의 주소를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귀신이 보냈을 리는 없고.

보일까 말까 하는 작은 글씨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고양시에서 보내온 선물이다.

자가 격리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일단 박스를 뜯어보았다.

식료품이 가득 들어있다. 꺼내도 꺼내도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처럼 선물이 많아서 기분이 들떴다.

다 꺼내놨더니 식료품이 방바닥에 가득 널려 있다.

박스 맨 밑바닥에 프린트한 종이 두 장이 있는데 한 장은 고양시청 복지정책과에서 보내온

편지다.

<안녕하십니까?

코로나19 자가 격리자를 위하여 고양시에서 준비한 개인별 지원 물품입니다.

힘겹게 자가 격리를 하고 계시는 고양시민을 위해 물품을 정성껏 마련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개개인의 취향에 구성품을 맞추어 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루속히 자가 격리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목록

  1. 한눈에 반한 쌀 – 1.2kg – 2
  2. 비비고 들기름 토종 김 – 201
  3. CJ 햇반 – 12– 1박스
  4. CJ 비비고 육개장 – 500g – 3
  5. CJ 비비고 갈비탕 – 400g – 2
  6. 오뚜기 진라면 – 120g 5– 3
  7. 오뚜기 3분 쇠고기 짜장 – 200g – 1박스
  8. 오뚜기 3분 쇠고기 카레 – 200g – 1박스
  9. 동원 양반 돼지고기 장조림 – 110g – 1
  10. 동원 양반 캔 볶은 김치 – 160g – 1

11, 강원 평창수 – 2리틀 -1

 

이 많은 물량을 보내주는 고양시청 복지과 직원에게 감사드린다.

두 번째 종이는 프린트한 안부 카드였는데

 

새로운 경기공정한 사회

코로나19 자가 격리 경기도가 응원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듯이 나라가 잘 살다 보니 베푸는 것도 많다.

인심이 고양시에서 나온 건지 경기도에서 나온 건지 알 수는 없으나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경기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여 주는 거로 봐서 괜찮은 인물처럼 보이는 것이 그의 정치 술수에

내가 말려들었다고 해석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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