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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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일 오후 730.

3호선 전철은 화정역을 지나 막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어두워지기에는 아직 맑은 빛이 남아 있다.

창밖으로 멋대가리 없는 55층짜리 벨라시타 아파트 빌딩 다섯 동이 우뚝 솟아있고,

맘모스 건물 옆으로 건물보다 더 큰 붉은 태양이 막 넘어가고 있었다.

계절의 여왕 5월에 도시의 석양은 지극히 아름답다.

하늘을 붉게 물들인 태양은 잠잘 자리를 찾아 무거운 몸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있는데.

이 아름다운 장면을 누구에게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는다.

어떻게 사진에 담을 수 있을까?

전철은 대곡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대곡역에서 내려 사진을 찍을까?

내리면 다음 전철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망설이는 시간이 길고도 짧았다.

전철이 서기가 무섭게 내렸다.

역사 창가로 다가가 태양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달리는 전철에서 보았던 태양과는 사뭇 달랐다.

태양은 금세 누울 자리를 찾았나 보다.

아파트 건물 위에 앉아 있었다.

앉아 있는 태양이 와불처럼 아주 드러눕기 전에 사진에 담기로 했다.

휴대폰을 꺼내 기록에 남겼다.

아쉽지만 아름다운 장면의 절반이라도 구했다는 위안을 받는다.

 

기회는 순간이다.

기회인지 아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가왔다 사라진다.

늘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는 잡히고 머문다.

삶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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