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인 밤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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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인 하면 아이들이 귀신처럼 차려입고 동네 집집마다 다니면서 초인종을 눌러 집주인을

불러내는 놀이이다.

집주인을 불러낸 다음 트릭 오아 트리트?” 하고 묻는다.

트릭 오아 트리트(trick or treat)나의 무서운 치장에 속아서 놀라겠느냐 아니면 대우해 주고

돌려보내겠느냐하고 묻는 것이다.

당연히 어른들은 무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초콜릿을 주고 달래서 보내는 풍습이다.

놀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놀이든 간에 사람들이 많아야 즐겁고 재미나기 마련이다.

오늘날 할로인은 예전 같지 않아서 트릭 오아 트리트다니는 아이들도 없고

동네가 쓸쓸하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조용했다고 하지만 금년에는 통금이 풀렸는데도

나다니는 사람 구경도 못 하겠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

다섯 여섯 살 때는 엄마가 데리고 다녔다. 커스텀을 입히고 무섭게 치장한 다음

이웃으로 돌아다니면서 초인종을 누르고 트릭 오아 트리트하면 어른들이 기쁜 얼굴로

맞으면서 초콜릿을 집어주곤 했다.

아이들은 자루 대신 베개 홑청을 들고 다니면서 얻은 초콜릿을 베개 홑청에 담았다.

동네 한 바퀴 돌아서 집에 오면 초콜릿이 베개 홑청에 반은 차 있었다.

아이들은 당연히 초콜릿을 좋아했고 그릇에 담아 팬트리에 넣어두고 꺼내먹었다.

얻어온 초콜릿을 다 먹기까지는 한 달도 넘게 걸렸다.

 

나는 집에서 대문 열고 초콜릿 나눠주는 일만도 바빴다.

초인종이 한 번 딩동 해서 문을 열면 열댓 명이 몰려다니면서 트릭 오아 트리트하고

외쳤다.

한 아이에게 초콜리 두세 개씩 나눠 준다고 해도 열댓 개 나가는 건 금방이다.

연거푸 와서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초콜릿을 웬만큼 준비했다가는 거덜이 나고 만다.

할로인이면 아이들 나눠줄 초콜릿을 잔뜩 사다놓고 트릭 오아 트리트하고 외치는

아이들이 오기만을 기다렸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초등학교 5~6학년쯤 되면 동네 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면서

트릭 오아 트리트를 했다. 누구네 집에서 초콜릿을 많이 준다는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누구네 집에는 고급 초콜릿이 있더라 이런 정보도 나누고 다녔다.

중학생이 된 다음에는 친구들끼리 연락해서 원정도 가곤 했다.

머리가 컸다고 제법 굴게 놀았다.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얻어오는 초콜릿도 베개 홑청에 가득 차게 많이 받아 왔다.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고 난 다음에는 트릭 오아 트리트는 다니지 않았다.

그만해도 체면이 있어서 아이들 놀이에는 끼어들지 않았다.

대신 집에 머물면서 트릭 오아 트리트온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주었다.

대학에 간 다음에는 할로인 파티에 참석하느라고 바빠서 집에 붙어있지 않았다.

 

이제 아이들은 모두 떠나고 빈 둥지 같은 집에 늙은이만 남았다.

트릭 오아 트리트하면서 오는 아이가 있었으면 초콜릿을 나눠주면서 웃어라도 주겠 건만,

아이들은 오지 않는다.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아서 아이들이 몇 명 되지도 않고, 못된 녀석들이 초콜릿에다가

면도칼을 넣었느니, 독극물이 들어 있느니 하는 기사가 실리면서 아이들이

트릭 오아 트리트해 오는 초콜릿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다고 코로나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축제란 축제는 모두 찌그러들었다.

이래저래 할로인도 한가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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