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투표하러 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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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나서

 

토요일 오후였다.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재외선거를 하러 갔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는 투표소가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이고

다른 한 곳은 샌호세 한국무역관이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은 교통이 혼잡해서

산호세 한국무역관으로 향했다.

투표소에 가기 전에 이메일이 날아왔는데 주의 사항이 길게 나열되어 있었다.

보나 마나 한 행동수칙은 걷어두고 여권과 마스크만 챙겼다.

그게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는데 그런대로 주차장에 차들이 많다.

내가 차를 대는 동안에도 몇 사람이 차를 빼는가 하면 곧이어 파킹하는 사람도 있다.

언뜻 보기에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아 보였다.

투표소로 걸어가는데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초입에서는 처음 투표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여남은 명 세워놓고 사전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간격을 두고 줄 서는 건 기본이고 입구에서 손소독을 하고 비닐장갑을 끼라고 한다.

사람들이 곧 많이 있기에 물어보았다.

일하는 아가씨가 으스대면서 ”이건 약과예요. 오전에는 백 명도 넘게 왔었어요.“ 한다.

유권자가 많은 것도 나를 놀라게 했지만, 그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모두 젊은 2~30대

젊은이들이라는 점이었다.

아이를 하나둘씩 데리고 온 부부도 여럿이었고 유학생처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도

꽤 많았다. 미안하지만 나처럼 늙은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달 전에 투표에 참여할 사람 등록을 인터넷으로 받았는데 인터넷에

능숙하지 못한 노인들은 작성하기에 불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노인은 투표하고 싶어도

투표 장소가 멀리 떨어져 있고 더군다나 등록도 하지 못했으니 불참한 노인들이 많을 수

박에. 젊은이들만 우글대는 이유였다.

여권을 보여주고 본인 확인을 거친 다음 투표용지와 나의 거주지 일산동구 투표소 주소가

적힌 봉투를 주면서 투표용지를 접어 넣고 단단히 붙인 다음 통에 넣으라고 자세히 알려

준다.

 

내가 이미 마음에 정하고 갔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정하고 왔기 때문에 지체하는

사람은 없었다. TV에서 보면 투표소 앞에서 자신을 찍어 달라고 팻말을 흔드는 후보자를

보여주는 때도 있는데 이미 정하고 온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옛날처럼 막걸리를 퍼먹이면 모를까.

 

기호 1번 이재명 후보는 가볍다. 똑똑하다기보다는 약삭빠르다.

눈치가 빨라서 치고 빠지기를 잘한다. 잘못이 드러나면 쉽게 사과한다.

사과가 너무 쉽게 나오기 때문에 일단 같은 공격은 피할 수는 있으나 믿음을 상실한다.

둘러치기를 잘해서 거짓말로 들린다.

공무원으로서 주어진 일이라 고대로 하면 될 것을 자기 머리를 써서 돌려치는 데 능숙하다.

네거티브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상대의 네거티브를 들고나와 질문을 희석하는데

능수능란하다.

 

기호 2번 윤석열 후보는 뚝심이 있다. 정치판 경륜이 적은 데다가 똑똑하거나 약지도

못해서 조금은 어설프게 보이지만 오히려 이 점에 믿음이 간다.

거짓말을 못 하므로 둘러치기도 못 한다. 주어진 일은 우직하게 잘하는 타입이다.

대통령이 되더라도 참모들의 말을 듣고 결정을 내릴 텐데. 자신의 정치 철학과 소신이

부족한 것 같다.

하기야 박정희도 노태우도 경험 없이 대통령 했으니까.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3,000여 명이 투표했단다. 나는 강남에 사는 누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전 투표했다고 말했다. 누님은 화가 나서 안철수 욕을 막 해 댄다. 선거판에 끼어들어

파토만 낸다는 이유에서다. 은평구에서 사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생도 안철수 욕을 빼놓지 않았다. 선거 초반에는 안철수에게 단일화 언제 할 것이냐는

질문만 하다가 막판에 접어들면서 욕만 먹는 것 같다.

기대했다가 기대가 무너지는 결과 이리라.

이렇게 되면 다음 선거에서도 인기는 사라졌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인구 성장이 OECD 국가 중에서 꼴찌다. 2021년도 출산율이 0.85에 그쳤다.

통계로 보면 여자 한 사람이 아이 하나도 낳지 않는다는 거다.

이런 판국에 아이를 하나도 안 낳은 여자(아니면 못 낳는 여자)가 영부인이 되는 게 낫나?

아니면 도박이나 하고 돌아다니면서 말썽만 부리는 아들이라도 낳는 게 낫나.

국민은 선택하기가 괴롭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선거가 끝난 다음 대장동 의혹이 ’조국‘ 수사 때처럼 철저히

벗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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