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옮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IMG_2

나라마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고 집무실마다 이름이 있다.

미국 백악관, 프랑스 엘리제 궁전, 러시아 크레무린 궁전 등 우리나라는 청와대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대통령 당선인이 집을 놔두고 전세를 얻어 나가겠다고 했다.

그 바람에 온통 시끄럽다. 시끄러운 까닭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 전에 너무 서두는 것

같고 너무 졸속하게 결정 내린 것 같고 무엇보다 갑질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자기 한 사람, 개인이 아니다. 당선과 동시에 공인으로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맘대로 고집을 부릴 수 없다.

공인은 생각도 자기 맘대로 하면 안 된다. 자기 생각은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전세를 얻어 들어가겠다는 이유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로 알고 있다. 권위를 벗어 던지겠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국방부 청사를 빼앗아 가겠다고 언제 국민에게 물어본 적

있는가? 자기들끼리 둘러보고 곧바로 결정하고 발표하는 것이 박정희 대통령을 닮았다.

살아봐서 알겠지만 5년 금세 간다. 다음 대통령은 어쩌란 말인가?

그때가 되면 또 얼마나 시끄럽겠나? 다시 돌아가겠다느니 말라느니 아예 새로 지으라느니!

쓸 짝 없는 일로 국정을 소모하는 것 같아서 보기에 좋은 모습은 아니다.

 

내가 찍어준 대통령인데 나도 한마디 해야겠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봄이 되면 국민에게 경무대 문을 활짝 열어 개방했다.

혜화동 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이 줄을 서서 경무대까지 걸어갔다.

경무대에 들어가 정원을 구경하고 나면 이 대통령이 현관에 나와서 손을 흔들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물러나고 그런 광경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하는데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아파트는 내 집이고 내 사무실은 내 집무실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살면서 집무를 집행하라고 지어 준 집이 청와대이다.

언제 국민이 청와대를 돌려 달라고 했나?

당선인 혼자 생각일 뿐 국민은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국민이 지어준 집에서 일 열심히 하고 설혹 서민다운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면 된다.

국민이 자유로이 드나들면서 청와대 구경도 하고 대통령이 점심 먹는 것도 보고

설혹 운이 좋아 만나기라도 하면 손이라도 흔들어 주면……

그런 걸 국민은 바라는 거지 대통령이 전세 얻어 나가고 빈 청와대를 보라고 내주면

그게 무슨 재미인가? 그까짓 빈 청와대는 가서 뭘 보나?

 

벌써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당선인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게

이미 제왕적 대통령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다시 부탁하는데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국민이 자유로이 드나들게끔

개방하는 것이 순리라는 걸 말해 주고 싶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면 청와대 식당도

개방해서 잔치국수 한 그릇 사 먹고 올 수도 있고, 정원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어 아이들이

놀게도 할 수 있다. 여름밤에 임시 야외극장으로 영화도 돌려 동네 주민들과 함께 관람도

가능하다. 때때로 음악회도 열어서 대통령과 국민이 같이 즐기면 좋을 것이다.

이런 것이 국민과의 소통이지 용산 고층 빌딩에 들어가 일하는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일주일째 청와대 이전 문제로 얼마나 시끄럽게 국정을 달구고 있는가?

이것이 앞으로 5년 동안 시끄러울 걸 생각하면 새 대통령도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전세 얻어 나간 대통령 집무실이 얼마나 물어뜯기 좋은 사냥감이냐.

5년 후에 물러나면서도 온갖 수모를 다 겪을 것이다.

풍수지리가 어떻다느니 어느 도사에게 물어보았다느니 하면서 꾸며내는 말은 얼마나 많을까?

거기에다가 국가에 잘못된 일이라도 돌발하면 집을 옮기더니 텃세가 무섭긴 무섭다느니

누가 죽기라도 하면 동티났다고 할 터인데 그 많은 입을 어떻게 막으려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밥도 늘 먹던 자리에서 먹어야지 한데에 나가 앉아서 배달해 오라고 하면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중에는 식상해 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당장 당선인이니까 국민들이 보고만 있지 조금 지나면 국민들이 한마디씩 해댈

것이다.

크게 일을 벌이지 않고도 국민과 자유로이 소통하고 가깝게 지낼 방법이 있는데

왜 구태여 시끄럽게 일을 벌이는 지. 고집을 부리는 지.

인수위원회는 당선인에게 잘 직고(直告) 해서 원활한 방법을 찾기 바란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