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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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손은 가지나 잎에서 실같이 벋어나가 다른 물체에 감기기도 하고 땅바닥으로 퍼지기도

하여 줄기를 지탱하게 하는 가는 덩굴이다.

나는 넝쿨 식물을 관찰하면서 한 가지 신비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넝쿨손이 있는 식물은 여러 가지이겠으나 그중에서 호박이 대표 주자다.

 

무겁고 듬직한 열매를 매달고 있으려면 넝쿨손도 든든해야 한다.

호박은 마디에서 넝쿨손은 뻗어내는데 넝쿨손은 반드시 세 가닥으로 나온다.

가장 긴 넝쿨손이 어른 손 한 뼘보다 조금 더 길게 뻗고 두 번째 넝쿨손은 그 보자 조금

짧다. 세 번째 넝쿨손이 가장 짧다.

가장 긴 넝쿨손이 길게 뻗어나와 사물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허공을 휘졌는다.

휘졌다가 어떤 물체가 잡히면 여지없이 휘감아 단단하게 묶어놓는다.

그리고 줄기가 흔들리지 않게 붙들면서 여유를 두어 넝쿨손 덩굴을 스프링처러

또르르 말아 당긴다.

넝쿨손 줄기는 스프링 역할을 하기때문에 본 줄기가 흔들릴 때마다 당겼다가 늘겼다가 하면서

조정해 준다.

어떻게 터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현명한 지혜이다.

 

나는 살면서 인간이 발명했다는 새로운 발명품을 많이 보았는데 그중에는 자연을 보고

흉내 내지는 카피한 예를 많이 보았다. 스프링이라는 물건도 넝쿨 스프링을 보고

만든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런데 넝쿨손이 왜 세 가닥일까?

한 가닥일 수도 있고 두 가닥 아니면 넷, 다섯 가닥일 수도 있을 덴데 왜 세 가닥으로

정했을까?

넝쿨손의 역할은 가장 긴 넝쿨손이 거의 다 해내다시피 한다.

어쩌다가 가장 긴 넝쿨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 두 번째 넝쿨손이 대신 역할을

해낸다. 두 번째 넝쿨손은 넝쿨 길이가 조금 짧아서 한번 붙들면 본줄기를 강력하게 붙든다.

세 번째 넝쿨손이 역할에 나서는 때는 극히 드물지만 그렇다고 아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두 번째 넝쿨손이 허탕 치면 세 번째 넝쿨손이 가까운 사물에 매달려 본줄기가

흔들리지 못하게 묶어놓는다.

세 번째 넝쿨손은 넝쿨이 짧아서 한번 묶으면 본줄기는 꼼짝없이 잡혀 있어야 한다.

여유가 거의 없다.

첫 번째 넝쿨손은 넝쿨 길이가 길고 스프링 말리듯 말려 있어서 본줄기는 여유롭게 움직여도

된다. 하지만 두 번째 넝쿨손에 의지하면 넝쿨 길이가 첫 번째만 못해서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하물며 세 번째 넝쿨손에 의지할 때는 각오를 해야 한다. 자유라는 여유가 거의 없다.

 

넝쿨손은 우리의 삶과 같아서 사람이 태어나면 세 사람의 관계 소속에서 살아야 한다.

첫 번째는 부모와의 관계를 말한다. 부모에게 매달려 산다는 것은 부모가 넝쿨손의 가장

긴 넝쿨손이어서 넝쿨을 스프링처럼 감아놓았기 때문에 가장 자유롭고 여유만만하게 산다.

두 번째 넝쿨손은 부부의 손길 같아서 자유가 보장되지만 책임감도 따른다.

살면서 행복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열매라는 무거운 짐이 부담일 때도 있다.

세 번째 넝쿨손은 자식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데 관계가 빡빡하고 여유가 없다.

어쩔 수 없어서 자식에게 의지하기는 했지만, 자유를 거의 상실한 셈이다.

아무리 자식이 효자라고 해도 아무려면 부모나 부부만 하겠는가?

 

넝쿨손이 이미 사람의 관계를 터득하고 미리 보여주는 건지

아니면 자연인 넝쿨손을 보고 인간이 제도를 모방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심리적 상황이 묘하게 들어맞는 것도 사실이다.

호박꽃이 첫 번째 넝쿨손 즉 부모에게 매달려 피었을 때 꽃의 웃는 모습이

가장 환하게 보이는 까닭도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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