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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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늘 내 곁에서 맴도는데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최근에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만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말았다.

매일 밤 자기 전에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잠든다.

탈북자들 이야기는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빠져들면 계속해서 듣게 된다.

하도 많이 듣다 보니 탈탈탈’ ‘강은정 텔레비전’ ‘유미카’ ‘한혜경 티비’ ‘북한댁 사랑방

수없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튜브의 구독자가 많으면 돈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많은 탈북자들이 유튜브 방송을

연달아 오픈하는 데에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목숨을 건 탈북의 그 험난하고 처절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울분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유튜브 탈북 이야기도 경쟁이 심해서 새롭게 발전시키지 않으면 시청률이 떨어진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짜야 하고 개발해야 한다.

유튜브 방송인들의 경쟁도 치열해서 다른 유튜버가 시청률을 올렸다 하면 곧바로 그와 유사한

유튜브가 연달아 나온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연구하고 찾아다닌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재미있는 유튜브를 찾아 이리저리 돌리다가 장수하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 산속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 이야기 등을 보았지만 시시껄렁했다.

결국 탈북자 이야기로 돌아와 탈북자들의 경험담을 들었다.

우리야 늘 살던 세상을 사니까 별로 새로운 걸 느끼지 못하지만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

삶자면 모든 게 새롭다. 한국에서 사는 걸 천국에서 사는 거라고 말한다.

정부에서 임대아파트도 주지(북한은 정부에서 주는 집에서 살아야 하니까 구태여 남한에서

사는 집이 내 집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집을 소유한다는 개념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들어가면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걸어 올라다니지 않아도 되지(북한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고로 8층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언제든지 더운물 찬물이 콸콸 나오지(북한 아파트는 찬물만 나오는 것도 시간제로 나온다,)

전기가 24시간 끊이지 않고 들어오지(북한 전기 사정은 병원에 전기가 없어서 전기 들어올 때까지

수술환자가 기다린다.)

흰쌀이 부대로 있지(북한에서 밥은 강냉이 밥이다.)

겨울에도 추운 줄 모르지(북한은 땔감이 없어서 온 식구가 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다.)

직장에 나가서 일하면 돈 주지(북한 직장은 돈 안 준다.),

가고 싶은 곳은 언제든지 갈 수 있지(북한은 이웃 동네에 가려고 해도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다.),

전철 타면 금세 데려다주지(북한에서 기차 타면 며칠씩 걸린다.)

끼니 걱정 없이 풍족하게 사는 게 천국이지 뭐가 천국이냐고 말한다.

 

북한에서는 전혀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남한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좋아하는 거다.

남한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들이지만 북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모든 게

신기하고 쉽게 사는 방법이어서 천국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 달걀을 먹어 볼까 말까 한 데 남한에서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20대 젊은 여자들이 멋 부리고 싶은 마음에 머리도 염색하고 핫팬츠를 입어도 된다.

매일 샤워하지, 머리 길게 기르고 피부 관리까지 해서 뽀얀 살결에 예뻐지고,

말솜씨까지 세련미를 갖추다 보니 살만한 세상이다.

거기에 남한 남편을 만난 여자는 남한 남자 자랑이 끝일 줄 모른다.

남한 남자들은 여자를 위해주기 때문이란다.

 

탈북인들의 79%가 여자다. 여자들이 모여 앉아서 수다 떠는 거지만 이야기를 해대는

탈북녀들은 모두 남한살이가 행복해 죽겠다고들 한다.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그들의 표정도 정말 행복해 보인다.

탈북녀들이 남한에 와서 목욕탕에 난생 처음 들어가 보았다는 경험담은 또 얼마나 재미있고.

자신도 남들이 먹는 걸 먹고는 싶은데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몰라서 주문하지 못했단다.

드디어 용기를 내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식혜라고 하더란다.

식혜라는 음료수를 처음 본다는 북한녀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기야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는 세상에서 식혜라는 걸 만들어 먹을 수 있었겠는가?

 

나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고 나도 행복하다.

어젯밤 처음으로 깨달았다. 왜 내가 행복한가를.

행복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있어서 감염률이 강하다.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상대방이 웃으면 나도 따라서 웃게 된다.

탈북인들이 기쁘고 행복해서 깔깔대고 웃는데 자연스럽게 나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들이 말하는 것들은 나도 60년대에 경험했기 때문에 백번 이해하고 공감도 간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옛날 살던 생활에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천국인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까맣게 잊고 지내던 일들을 북한녀들이 깨우쳐주니

그때를 회상, 비교하게 된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 천국에서 사는 게 맞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행복을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짧은 시간이 소중하다.

행복은 찾아 못 느끼면 그냥 안개처럼 사라지고 만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주변에 널려있는데 주워 담는 지혜가 부족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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