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노인이 앉아 기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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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노인 앉아 불쾌, 환불해 달라라는 아침신문 기사를 보고 뜨끔했다.

마치 나를 보고 하는 말 같아서다.

내가 노인이다보니 노인이 어쩌고 하면 꼭 내 소리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도 병이라면

병일 것이다.

노인이 옆에 앉으면 불쾌할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일찍부터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은 행동으로도 나타나서 전철을 타면 나는 반드시 노인석에 가서 앉는다.

설혹 빈자리가 많이 남아돌아도 노인석으로 가서 앉는다.

어떤 노인네는 노인석이 비어있는데도 구지 안으로 들어가서 젊은이들 틈에 끼어 앉는

노인도 있다.

그러면서 자기도 늙었으면서 늙은이들과 함께 앉기 싫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자기처럼 늙은 사람과 같이 앉는 걸 좋아할까?

 

젊은 사람들은 노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어떤 때는 남녀 틴에저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다가도 노인인 내가 다가가면

눈치를 보면서 슬슬 피한다. 환영하는 눈치는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내가먼저 젊은이들을 피해 다닌다.

먼저 피해주면 젊은이들은 고맙게 생각할 것이고 나는 속이 편해서 좋다.

 

대체로 사람이 여든을 넘기면 인지능력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귀가 잘 안 들린다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로 시작해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후회하는 말을 들려주기도 한다.

인지기능이 젊었을 때 같지 않아서 어눌해 보이기도 한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눌한 친구는 따돌리기 마련인데 하물며 노인이 어눌하기까지

하다면 당연히 환영받기는 글렀다.

아무리 어눌한 노인이라도 자신이 어눌하다는 것 정도는 알뿐만 아니라 상대가 나의 어눌한

태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까지도 안다.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자기가 알아서 상황에 대처해야지 남들이 헤아려 대우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시대착오일 것이다.

지금은 삼강오륜의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노인들도 스스로 알아서 젊은이들이 즐기겠다면 자리를 피해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는 이렇다.

불고기 먹는 식당에서 일어난 일이다.

모녀가 양주시 옥정동 고깃집에서 32000원어치를 먹고 결제를 한 뒤

옆에 노인들이 앉아 불쾌했다며 항의했다.

음식점 주인은 사과하고 이들을 달랬으나 모녀는 5분 후쯤 가게로 전화를 걸어와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 안되겠으니 고깃값을 환불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이 환불해주지 않자 이 식당은 방역수칙을 위반했다.

신고하면 벌금이 300만원이라고 말하는 등 식당 주인에게 협박까지 해댔다.

이들은 실제 양주시에 이 음식점이 감염병 관리법을 위반했다며 신고하기도 했다.

또 이 사건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자 억울해서 글 남깁니다는 제목으로

식당 주인이 마스크도 끼지 않고 손님을 응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과 양주시의 조사 결과 이 식당은 칸막이를

모두 설치했고, 업주가 계산할 때 카운터에서 마스크를 착용해 방역수칙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지법 박수완 판사는 공갈미수,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그녀의 딸 B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도합 1천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없음에도 환불을 요구하며 해당 관청에

신고한다고 협박한 점 등 죄가 인정된다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점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기사를 읽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노인이 앉아서 불쾌, 환불해 달라니! 옆에 잘생긴 젊은이가 앉아 있었다면 돈을

더 내겠다는 건가?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노인이 싫다!”라는 문제이다.

누구라도 어린 아이는 귀엽고 안아주고 싶은 게 사실이다. 노인은 그와 반대이다.

 

좋다’ ‘싫다하는 마음은 어디서 오나?

성리학으로 쉽게 말하면 사람은 타고난 마음과 자라면서 배운 마음이 있다.

타고난 마음 성(: 품성)은 인예의지 즉 인(:어질 인) (:예절) (:옳을 의)

(:지혜 지)와 욕망이 있다.

배우고 익힌 마음 정(:뜻 정)은 정직한 마음, 동정심, 의협심, 공경심, 분별심과

칠정(기쁨, 노여움, 근심, 생각, 슬픔, 놀람, 두려움)이 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살면서 배우고 익힌데서 오는 건데 지금 세상은 본인이

알아서 배우고 익히라는 세상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인터넷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문제는 발생한다.

내가 젊은 사람들을 피하는 이유는 인터넷을 신봉하는 사람을 피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다 아는 것은 맞다.

하지만 때로는 옳고 그름을 잘못 판단하는 예도 발생한다.

장애인들이 출근 시간에 전철역에서 시위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항의하는 당대표.

모 대학 청소부들의 시위가 수업방해라고 고소하는 학생들.

이것은 인터넷으로 다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한테서 나오는 행위이다.

옆에 노인이 앉아 기분 나쁘다. 환불해달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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