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윤석열 후보를 찍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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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 때 나는 윤 후보를 찍었다.

나만 찍은 게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 여럿에게도 윤 후보를 찍으라고 선전도 했다.

윤 후보가 정치를 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 후보인 이 후보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사람 같아서 그랬다.

생각해 보라.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아직도 대한민국은

유교적 사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형수님에게 욕을 한다는 것은

패륜이나 마찬가지이다. 형수님한테도 욕하는 사람이 누구한테는 못하겠는가?

이 후보를 제쳐놓으면 찍을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해서 윤 후보에게 점수를 줘야 하는데 그에게 줄 만한 점수는 공정과 상식밖엔 없었다.

사실 그가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도 사실이었고.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난 윤석열은 대통령답지 못한 것 같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용산 국방부 청사를 비우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국민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일하라고 지어줬는데 그 집을 마다하고 용산 국방부 청사를

비우라니? 선거 유세 때 공약했으니까?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윤 후보도 그 분야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을 임명하겠다 해놓고서는

과연 한 번이라도 유능한 사람을 찾아보기나 했는가?

대통령과 친분있는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겠다고 해서 얼마나 시끄러웠는가?

인재를 모셔온 건 못 봤고 자기가 아는 사람만 골라다가 자리에 앉혔으니

예스맨에 둘러싸인 격이다. 선거 유세 때 공약은 어디로 가고?

 

결국은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았는데 지지율이 24%로 떨어졌다. 내가 다 암담하다.

뭐 어떤 정책을 잘못했다기보다는 연거푸 터지는 말실수, 그것도 별것 아닌 말실수.

그 밑의 장관들도 마찬가지로 말실수. 말실수의 연속이다.

대통령이야 정치인 출신이 아니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안의 참모들이 제대로 보필하면

막을 수 있는 말실수다.

말실수를 줄이려면 대통령이 앞에 나서서 말하지 말고 대변인이나 비서실에서 말하도록 하고

대통령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좋으련만, 기자들 앞에 나서기를 연예인 하듯 즐기니

연예인 놓고 말장난하는 식이 되고 만다.

 

거기에다가 이준석 당 대표에게 6개월 징계를 내릴 때만 해도 진가민가하면서 징계위원이

당규에 맞게 내렸나보다 했다.

금세 들통났는데 대통령 지시에 의해서 내린 결정이라니.

대통령이 누구 때문에 당선됐는데?

당선 3개월도 안 돼서 팽() 시키다니. 참 어이가 없다. 너무 급한 것 같다.

지혜와 슬기를 겸비한 대통령이면 좋겠는데…….

지혜와 슬기는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시간에서 오는 건데…….

너무 서두른다. 한국에서 정치인들이 맨날 싸우는 까닭은 매사 서두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세상이 빨리빨리급해졌다. 세계가 모두 급한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한국만 매사에 급하다. 빨리빨리 서두르는 사람은 제풀에 떨어지기 마련이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신의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대통령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자기편 안 들면 금방 내 팽개칠 사람 아닌가?

포용력이 없는 대통령에게 누가 옳은 소리를 하겠는가?

아무것도 아닌 국민의 한 사람인 나도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

5년 임기 내내 야당과 언론에서 총질만 해 댈 텐데 어찌 감당하려는지.

아마 검찰에 몸담고 있을 때는 맞받아쳐야만 했는지 몰라도 정치판에서

그것도 대통령으로서 받아치면 안 되지. 다 듣고 끌어안아야지.

대통령직은 미처 시작도 안 해서 국민에게 보여줄 게 따로 있지 시키는 따위나

보여주다니.

젊은이나 어린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우겠는가?

잠깐 이용해 먹다가 마음에 안 들면 걷어차라는 식의 교육을 시키는 사람을

어찌 나라의 어른이라 하겠는가?

 

윤 대통령을 공정과 상식이 돋보여서 한 표 찍어줬는데 표 얻었으니 이제 그만이다

하는 것 같아서 보기에 좀 안 좋다.

대통령이 고집에 세다는 건 알고 있었다.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린 것도 그렇고, 9수를 했다느니

고집스럽게 수사해서 조국을 몰아세웠던 것도 그의 고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집으로 성공한 사람은 고집으로 망한다.

국제간의 외교도 저런 식으로 이끌어 간다면 당신이 팽 시키기 전에 팽 당하고 말리라.

지켜보기에 불안하고 어떠면 이미 망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다 안타깝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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